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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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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갈등은 여전하다
장차 선진 안전사회 위해선
완벽한 원인 규명과 함께
인적ㆍ물적 시스템 쇄신으로
비리 사슬 송두리째 뽑아야
4월 16일로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된다. 우리 사회를 병든 사회로 인정하게 한 안전불감증과 구조시스템 부재의 표본, ‘세월호’는 어느덧 보통명사가 됐다. 그 처연한 이름에서 연상되는 회한과 비통과 분노는 국민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지지 않는 불꽃으로 이글거리고 있다.
직접 재난을 당한 사람이나 지켜보는 안타까움을 실감했던 다른 모든 사람까지도 세월호 참사의 진실한 원인 규명과 신랄한 책임 소재 파악에 따른 마땅한 처벌, 그리고 안전관리 시스템의 완전한 재정비를 염원하고 있다. 하지만 1년이 다 가도록 국민 심정을 후련하게 해소해주는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참사 1주년을 며칠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선체 인양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서야 정부 각 부처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지난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정부안이 나온 뒤 크게 반발하는 유가족과 야당, 시민단체 등의 기류를 억지하려는 의도로 비쳐지기까지 하다. 어찌 됐든 지나치리만치 동정과 구호에 집착한 배ㆍ보상안으로 유가족과 시민사회를 무마해 보려던 계획은 난관에 봉착한 느낌이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정부안은 이미 발족해 활동 중인 특별조사위원회 반발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조위 권한을 크게 축소하고 공무원 개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정부의 진상 규명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바, 당장 16일 합동 추모제가 어떻게 진행될지 걱정이 된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진 파장은 크게 두 가지다. G20이라는 지구 상 선진문명국 대열에 속해 있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으며, 선체 침몰 이후 단 한 명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한 무능한 시스템에 대한 개탄이다. 여기서 한 꺼풀 벗기니 악덕 기업과 불량 공무원 사이의 유착과 검은 거래, 양심을 팔아먹은 묵인과 조장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부패 공화국’의 썩은 환부가 드러났다.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자원봉사자 물결이 팽목항을 뒤덮어도 맹골 수로가 집어삼킨 세월호 승객의 한은 풀리지 않고 정부의 사후처리에 대한 불신은 사그라들 줄 모른다.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2014년 4월 16일 전후를 비교해 볼 때 안전사고 발생이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금방 뜨거워졌다 이내 식어버리는 ‘냄비 근성’일까. 정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안전대책이 무수히 발표됐지만 나아졌다는 인상을 주고 있지는 못한다.
해양사고 안전관리 주무관청인 해양경찰이 대통령 진노에 의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또다시 다른 이름을 가진 기구에서 같은 일을 되풀이할 따름이다. 세월호 비극의 원인 제공에 기여했던 인물에 대한 책임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 정부 대책에 호응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유족들로서는 더욱 황망할 것이다.
그들의 애간장 끊어짐은 보상이라는 결과물로 채워지지 않는다. 서릿발처럼 냉엄한 원인 규명과 엄정한 책임자 처벌, 그리고 사회 곳곳에 만연된, 그래서 제2, 제3의 세월호 사건을 유발할 소지가 있는 안전 시스템을 확고히 해달라는 것이다.
며칠 전 비리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경남기업 회장이 구속영장 심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메모로 세상이 들끓고 있다. 현 정부 실세 중 실세들에게 거액을 전달했다는 폭로가 당사자들 부인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검찰 조사가 이뤄지겠지만 무엇보다 국민 정서가 심각하다.
정권을 잡은 세력들이 하나같이 부정과 비리에 얽혀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 대다수 서민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거론된 유력자들에 대한 폭로 내용이 진실로 밝혀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세간의 민심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면 이 사회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하나를 던져 줬다. 사회 전반에 난마처럼 얽혀 있는 부조리와 비리 사슬을 송두리째 뽑아내라는 엄중한 하명이다. 고귀한 생명을 담보로 제기된 사명을 지금 우리가 해내지 못한다면 우리 민족 앞에 영광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바다 위로 끌어올린 세월호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