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이 주체가 돼 개인보다는 마을 또는 조직 단위 경제활동을 통해 지역공동체 전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게 ‘커뮤니티 비즈니스’다. 이런 유형으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영농조합법인, 체험마을 등이 있다. 본지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강원도 원주시, 강릉시, 횡성군, 춘천시 등 사회적 경제활동이 활발한 지역 현장연수를 했다.
지역농산물 원주푸드협동조합
강원도 원주시는 우리나라에 협동조합을 처음으로 태동시킨 역사적인 곳이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과 천주교 원주교구 초대 교구장인 지학순 주교가 뿌리를 내린 생명 사상과 협동조합 정신은 빈곤층 자립과 갱생을 도우며 여러 협동조합이 양적ㆍ질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원주푸드협동조합은 2008년 3월,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노동부 사회적 일자리사업단 원주생협 친환경급식지원센터로 출발해 현재 원주시 학교급식 등에 원주산 무농약쌀 공급 등 로컬푸드 사업을 하고 있다.
박수영 원주푸드협동조합 사무국장은 “학교급식에 지역 산 농산물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로컬푸드운동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주민이 많이 먹는 것, 재배하기 쉬운 것, 친환경으로 전환이 시급한 것 등 3가지 원칙을 갖고 25가지 전략 농식품을 선정, 지역에서 순환시키자는 것”이라며 “안전성, 환경성, 투명성을 보장해주는 공동조달체계가 필요해 중앙물류센터를 두고 24개 농산물을 중심으로 농민과 계약재배를 진행해 수확물을 지역에 배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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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울타리 영화마을 전경. 한울타리 영화마을은 수학여행이나 단체 관광 명소로 각광 받으면서 2000년대 초반 태풍으로 폐허가 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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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바꾼 한울타리마을
강릉시 옥계면 북동리(이장 이갑수)에 있는 한울타리 마을은 자연재해로 모든 것을 잃었던 곳에서 생동감이 넘치는 마을로 거듭났다.
한울타리 마을은 65가구, 122명이 살고 있는 작은 농촌마을이다. 태백산이 찬바람을 막아서 겨울에도 따뜻하며, 태백준령 만덕봉에서부터 시작된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른다. 그러나 지난 2002년과 2003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루사와 매미로 인해 마을이 초토화됐다.
특히 강원도 영동지역 피해가 심각했는데 한울타리 마을의 경우 전체 78가구 가운데 40여가구가 파손되고, 전체 농지 55㏊ 가운데 50㏊가 침수되거나 유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 때문에 2002년부터 본격화하려던 ‘새농촌건설운동’도 포기했다.
주민은 망연자실했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이갑수 이장은 “온 마을이 폐허가 됐지만 마을을 되살리기 위해 모든 주민이 의지를 모았다”며 “이것을 전화위복 기회로 삼자며 마을 만들기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수해복구를 통해 단결한 주민은 점차 생동감을 되찾고 마을사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전통 숲 복원사업과 마을 정비사업을 통해 기틀을 다진 후 주민 협업체제로 친환경 농업을 본격화하면서 마을특산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우렁이쌀을 비롯해 표고버섯, 마늘, 산채류를 집중해서 재배ㆍ육성하며 마을 브랜드가치를 끌어올렸다. 2011년에는 농어촌공동체 회사를 설립하고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또 자체적으로 영농조합법인 ‘북동’, 친환경농업 공동체 ‘흙애’, 도예공방 ‘기요미’ 등을 만들어 더욱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주민이 뭉쳤다.
방치됐던 폐교는 ‘한울타리 영화마을’로 재탄생했고 다양한 체험활동과 마을관광을 연계해 수학여행이나 단체 캠프 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 주민은 또 ‘(주)커뮤니티워크’라는 예비사회적기업을 조직해 각종 체험ㆍ수련활동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 2011년 북동마을엔 방문객 3천400여명이 찾아와 매출 9천100만원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4천600명이 방문했고, 매출은 2억5천만원으로 뛰어오르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한울타리마을은 올해 4억2천만원, 2016년 6억원, 2017년 1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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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는 ‘마카조은’은 커피전문점이 즐비한 강릉에서도 독특한 커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커피 판매는 물론 창업 지원과 바리스타 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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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공정무역카페 ‘마카조은’
‘커피축제’로 유명한 강릉시는 커피 전문점이 즐비하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며, 저마다 특색 있는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런 가운데 강릉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가 눈길을 끈다. 예비사회적 기업 ‘마카조은(대표 정광민)’은 강릉시의 새로운 커피문화를 이끌어가는 곳이다.
강릉지역 사투리인 ‘마카’는 ‘모두’, ‘조은’은 ‘좋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공정무역카페 마카조은을 찾는 이들에게 맛 좋은 커피를 판매하는 한편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 커피를 생산하는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계획에서 시작됐다.
강릉시 용강동에 있는 마카조은은 공정무역으로 공수해온 원두로 만든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방문하는 지역주민이 줄을 잇는다. 별도 제조시설을 갖춰 OEM 방식으로 원두를 로스팅해 판매하며, 커피 티백, 설탕, 홍차, 계피 등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바리스타 교육과 카페 창업컨설팅도 해준다.
공정무역으로 커피를 제조ㆍ판매하는 방식은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마카조은과 거래를 하는 업체는 50여곳이며, 서울과 경기도, 전라도, 경상도 등 다양한 지역과 인연을 맺고 있다. 현재 고용인원은 5명으로, 앞으로 사업을 확장해 일자리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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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퇴해가던 춘천시 원도심의 한 여인숙이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게스트하우스로 거듭나 이제는 춘천을 대표하는 숙박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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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동네방네’ 협동조합
춘천시 대표적 원도심지역인 근화동에는 오래된 여관과 여인숙이 즐비한 데 이 가운데 폐업한 여인숙이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해 춘천의 숙박ㆍ관광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점차 쇠퇴하던 구도심에 빛을 밝혀준 이들은 다름 아닌 지역 청년들이었다. 한림대 졸업생인 조한솔(30) 대표 등 20~30대 젊은 청년 5명이 의기투합한 예비사회적 기업 ‘동네방네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과거 버스터미널이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고 경제사정이 좋았던 근화동 일대는 터미널 이전 후 공동화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특히 이 일대에는 여관과 여인숙 20여곳이 운영 중이었는데 오가는 사람이 뚝 끊기면서 폐업이 속출했다. 남은 업소도 일용직 노동자 ‘달셋방’, 일부는 성매매와 청소년 탈선으로 얼룩지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동네방네 협동조합이 문 닫은 여인숙을 임대해 ‘게스트하우스 봄엔’이라는 이름으로 단장했다. 청년 조합원들이 2년 동안 직접 공사를 진행했고, 지난해 6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청년들 아이디어와 디자인 작업으로 탄생한 게스트하우스는 지역주민은 물론 외부 관광객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고 춘천을 대표하는 숙박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2천67명이 방문했고 매출은 4천220만원을 기록했다. 또한 주변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봄엔 상품권’을 손님들에게 제공, 일정 금액을 해당 상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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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에 있는 ‘쿱박스’는 지역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자활기업, 민간단체 등에서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월 사용료만 내면 제품을 진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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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커뮤니티카페 ‘쿱 박스’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에는 지역주민이 생산ㆍ가공한 제품을 판매하고 다양한 주민 참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바로 지역커뮤니티 카페 ‘쿱박스’다. 협력과 협동조합을 뜻하는 ‘Cooperation’을 축약한 ‘쿱(Coop)’과 공간을 상징하는 ‘박스(Box)’를 결합시킨 곳이다.
이곳은 춘천생활협동조합을 비롯해 디자인과 마케팅 전문 예비사회적 기업인 (주)소박한 풍경, 지역활성화 컨설팅과 건축에 조예가 깊은 사회적 기업 (주)이장이 공동 설립한 커뮤니티카페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쿱박스에는 춘천은 물론 강원도 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민간단체, 작목반, 창작자 등의 제품을 진열ㆍ판매하고 있다. 진열장 한 박스는 월 사용료 2만원만 지불하면 의뢰 기업 또는 단체가 자유롭게 제품을 판매ㆍ홍보할 수 있다.
쿱박스 운영진은 진열된 제품을 관리하고 홍보하는 일을 대행하며, 판매금액 2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는다. 또한 쿱박스는 카페 내에서 종이접기, 쿠키만들기, 도자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강좌를 운영 중이며, ‘쿱박스DAY’나 ‘기획판매전’ 등 정기적인 제품 마케팅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3월 21일에는 춘천 김유정역 앞에서 ‘재미난 장터’라는 판매ㆍ체험행사를 열었다.
춘천지역 14개 협동조합이 동참한 이날 장터에서는 각 조합이 생산한 먹을거리를 비롯해 공예품, 의류, 액세서리 등을 선보였고, 목공예, 도자기 체험, 생태공예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진행했다. 이 행사는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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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교를 활용해 만든 ‘한울타리 영화마을’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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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관호 기자
hohan1210@y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