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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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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손들이 있고
나는 문득 나의 손이 둘로 나뉘는 순간을 기억한다
내려오는 투명 가위의 순간을
깨어나는 발자국들
발자국 속에 무엇이 있는가
무엇이 발자국에 맞서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이 있고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육체가 우리에게서 떠나간다.
육체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우리에게서 떨어져나가 돌아다니는 단추들
단추의 숱한 구멍들 속으로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이수명 시인
1994년 계간 ‘작가세계’를 통해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왜가리는 왜가리 놀이를 한다’, ‘붉은 담장의 커브’,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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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손’과 ‘비’를 배경으로 우리가 통상 떠올리는 소통 방식을 이야기한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손이 있고’, ‘나’는 언제나 ‘너무 많고’ 또 다른 ‘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관계 또한 언제나 변화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왜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지, 그 정황이나 비를 맞는 ‘우리’의 형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시는 상당히 난해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육체가 우리에게서 떠나간다’거나, 그 떠나간 ‘육체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는 등 비현실적 분위기나 육체의 변형가능성에 주목할 때, 이 시는 세상 모든 것을 자신 입장에서 이해하고 파악하려는 인간 관념을 깨고,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사랑 혹은 소통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관념을 깨부술 때에야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