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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우리말 둘레길] 머리에 대한 우리말..
오피니언

[우리말 둘레길] 머리에 대한 우리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05/04 09:16 수정 2015.05.04 09:13
양인철 소설가




 
↑↑ 양인철
소설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11번 마을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섰다. 서창시장 쪽에서 바람이 휭 하고 불어온다. 사람들은 정류장 앞에서 기다리기보다 택시 승강장 앞에 놓인 벤치에 앉아 있다.

주위를 둘러보다 발견한 남성전용 클리퍼 앞에 놓여 있는 한 대의 자동판매기. 그 안에는 서창시장과는 달리 환한 조명 속에 앉아 있는 물건이 있다. 미니 자동차, 지포 라이터. 인형 등 공산품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기계 작동법을 읽어본다. 500원 동전을 투입구에 넣으면 핸들을 움직일 수 있는 권리를 준다.

그때 한 외국인이 여자 친구와 함께 그 앞으로 가더니 동전을 넣었다. 화려한 음악 소리와 함께 핸들이 몸을 부르르 떤다. 저 소리가 무슨 소리일까? 혹시 자본주의 작동 소리가 아닐까? 그는 몇 번 핸들을 움직이더니 손쉽게 인형을 뽑아 여자 친구에게 선물로 준다.

부러운 마음이 든다. 내게는 없는 재주다. 한 번도 이런 뽑기에 성공해 본 적이 없다. 물론 다른 친구도 어려웠을 것이다. 만약 누구에게나 쉬운 뽑기였다면 사업자는 좀 더 기계의 난도를 높였을 것이다. 마치 변별력이 중요한 수능시험문제처럼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가 아닐까. 쇼윈도 속에서 빛나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금전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직장에서 쉬지 않고 일해야 하고, 먼저 높은 곳에 올라가 사다리를 걷어차야 하고….

이번에는 머리에 대한 말을 찾아봤다.


덩덕새머리 : 빗질을 하지 않아서 더부룩한 머리.
도투락머리 : 어린 계집아이가 드리는 자줏빛 댕기를 드린 머리.
몽구리 : 바싹 깎은 머리. 비슷한 말은 뭉구리.
쑥대머리 : 머리털이 마구 흐트러져 어지럽게 된 머리. 같은 말로 쑥대강이
떠꺼머리 : 장가나 시집갈 나이가 넘은 총각이나 처녀가 땋아 늘인 머리.
뚜께머리 : 머리털을 층이 지게 잘못 깎아 뚜껑을 덮은 것처럼 된 머리.
바둑머리 : 어린아이의 머리털을 조금씩 모숨을 지어 여러 갈래로 땋은 머리.


짧게 알아보는 우리말
두런두런 궁시렁궁시렁


1) ‘사랑에 빠지면 눈에 콩깍지가 씐다’라고 하는데 콩깍지가 아니고 ‘콩꺼풀’이다. 콩깍지는 꼬투리에 담겨 있던 콩을 다 털어낸 빈껍데기를 말하고 둥근 콩알을 싸고 있는 반투명체의 막을 콩꺼풀이라고 부른다. 콩꺼풀, 참 좋다.

2) 죄인을 엎드리게 해 팔다리를 묶던 T자 모양의 틀은 ‘곤장틀’이 아니라 ‘장판’ 또는 ‘장대’라고 한다. 죄인의 볼기를 치는 넓적한 나무 몽둥이가 ‘곤장’이다. “저놈을 매우 쳐라. 에이! 하나요! 둘이요! 아이고, 나 죽는다!!”

3) ‘주구장창 술 마시고, 주구장창 연애하고’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주야장천(晝夜長川)’이 올바른 말이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연달아’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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