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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퍼왔어요] 법기수원지, 평온이 필요할 때 찾는 곳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05/04 10:30 수정 2015.05.04 10:27
http://blog.naver.com/bossjin1003

홀든콜필드 님의 블로그



살다 보면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모든 일이 헝클어지고 마음에 요동이 일어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날이. 그럴 때마다 생각을 정리하고 평온을 가지기 위해 나는 법기수원지를 찾는다. ​


오래된 고목과 정자에서 마을 주민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고향과 같은 곳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하다. 탁 트인 바다를 보는 것도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주지만, 이렇게 웅장한 히말라시다와 편백 숲을 바라보는 것도 그에 못지않다. 편백 숲에서 마음껏 피톤치드를 들이마셔 본다.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일순간 증발하는 기분이다.

한 그루에서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 반송, 이런 반송이 법기수원지에는 14그루가 있다. 맞은편 끝까지 이어지는 편백나무 숲​길 사이로 벤치가 있다. 새로 만든 데크 계단은 수원지를 더욱 넓게 바라보고 산책을 조금 더 길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우아하게 퍼진 반송은 수령이 130년이 넘은 나무들이다. 댐마루에 7그루가 심겨 있어 칠형제 반송으로 부른다. 130년 세월 동안 아무도 모르게 자라난 반송.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낼까. ​대자연뿐만 아니라 나무 한그루 앞에서도 경건한 마음이 든다.

끝에 다다랐으니 아쉽지만 이제 내려가야 한다. 데크 구간에서 내려오자마자 만날 수 있는 곳​. ‘원정윤균생(源淨潤群生)’이라는 언젠가 들어본 듯한 한자가 쓰여있다. ‘깨끗한 물은 많은 생명체를 윤택하게 한다’는 뜻으로 일제강점기 시대 두 차례 조선총독을 역임한 사이토 마코토가 새긴 글이다.

독립운동이 전개되자 겉으로는 기존 통치방법인 무단통치에서 문화통치로 전환하고 속으로는 헌병을 경찰이라는 이름으로만 바꿨을 뿐,  군병력을 증강하고 식민지 교육정책을 강화했다. ​마코토가 새긴 글에서 식민지배를 받았던 아픔을 상기하고 다시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곳에 여유롭게 앉아 있으면 시간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 ​벼락을 맞은 히말라시다는 생을 마감하고서도 꼿꼿하게 서 있다. 법기수원지를 한 바퀴 돌며 ​어지러웠던 마음을 정리했다. 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마음의 짐은 법기수원지의 넉넉한 품에 내려놓았고 어렴풋하게나마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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