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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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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인사 폭력 규탄하고
시의원 9명은 기자회견 해
직권 남용한 의장 사퇴하라 한다
의회 사무국 중립 인정 않으면
집행부 견제ㆍ감시 공염불 된다
양산시가 최고위 간부인 4, 5급 국ㆍ과장에 대한 깜짝 인사를 단행한 후 심각한 내홍을 치르고 있다. 시청 내부에서는 노조로부터 시장 인사 전횡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받고 있고, 시의회 의원 다수는 한옥문 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으로 반목의 날을 세웠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시장 고유 권한이라 할 수 있는 인사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걸까.
시는 지난 4일 자로 국ㆍ과장 수시 인사를 단행했다. 정기 인사를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이례적으로 나온 이번 인사는 최영제 의회사무국장과 주원회 전문위원의 무보직 전보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것도 시의회 임시회가 끝나는 시점인 1일에 의회사무국 간부를 끌어내린 것이다. 누가 봐도 문책성 인사가 아닐 수 없다. 최영제 국장은 전보 소식을 들은 직후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고 한다.
양산시공무원노조에서는 5급 사무관 1명의 정원을 갖고 있는 기획예산담당관실에 이미 5급이 근무하고 있는데도 4급과 5급 공무원 2명을 또다시 발령한다는 것은 조례와 규정을 위배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노조는 또한 일부 국장은 공무원임용령에 규정된 전보제한 기간에 있음에도 자리를 옮기도록 한 이번 인사는 법령을 위배한 것으로 인사권 남용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의회 의원들의 내홍은 보다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정경효 부의장과 이기준, 이상걸 의원 등 9명의 시의원은 의회 위상을 손상하고 독단적 행보를 보인 한옥문 의장을 불신임한다며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소속 정당과는 상관없이 전체 의원 16명의 반이 넘는 9명의 의원이 뜻을 같이했다. 이들은 한 의장이 의회사무국장과 전문위원의 문책성 인사에 직접 관여한 데 대해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의회사무국장과 전문위원에 대한 인사는 의장과의 사전 협의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번 인사의 경우 오히려 한 의장이 나동연 시장에게 요구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는 집행부를 견제할 의무를 가진 시의회 기능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 행동에 나선 의원들 입장이다.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그동안 시와 시의회 간 갈등이 계속해서 심화돼 온 결과라는 것이 지역 정가의 시각이다. 시의회는 일전에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설정에 따른 공청회 개최를 두고 파열음을 크게 냈다. 그 과정에서 시 담당국장 인사문제까지 거론됐으며 의장이 책임진다는 선에서 무마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해당 국장은 자리를 유지하면서 오히려 다른 국장들만 전보 조치되자 이에 대한 불만이 한 의장에게 향하게 된 것이다. 한옥문 의장은 이미 정계 입문 초기부터 나동연 시장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인식됐다. 그래서 제6대 양산시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일각에서는 집행부 감시와 견제라는 의회 본연의 기능 발휘에 의구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기도 했다.
이번 시의회 사무국 인사 파문이 외견상 ‘강민호 야구장 건립 예산 삭감’에 대한 문책성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나 시장의 공무원 인사권 남용에 대한 경고 의미 또한 작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금은 슬쩍 잊혀지고 있지만 의회사무국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 나 시장의 눈 밖에 났던 한 간부는 자리를 옮긴 뒤에 근무를 성실히 하지 않은 이유로 직위해제까지 당했다가 소청을 통해 취소처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아야 했다. 그도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그에게 과장 보직은 아직 주어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일련의 인사 조치가 시의회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부급 공무원에 대한 길들이기 수순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똑같이 시의 봉급을 받고 있지만 자리 특성상 시장에게 견제구를 날리는 데 조력해야 하는 의회사무국 직원들은 항상 좌불안석(坐不安席)일 수밖에 없다.
시청 노조에서조차 이번 인사가 ‘의회사무국 직원들은 시의원들을 충실히 보좌하기보다는 시장 의중을 더 잘 파악하고 행동하라는 무언의 협박’으로 느낄 것이라고 직언했다. 시정 핵심 요직에 앉은 인물의 면면을 살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