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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웃음거리가 된 ‘김기태 시프트’..
오피니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웃음거리가 된 ‘김기태 시프트’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05/19 09:41 수정 2015.05.19 09:58




 
↑↑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규정 몰라 망신당한 야구 감독
웃고 넘기는 해프닝 되지만
공무원 인사규정 자의적 해석은
공직사회 신뢰 상실의 원인 돼
개인에 불이익 주는 처분일수록
법과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해야


야구는 재미있다. 하지만 규칙을 모르면 재미가 없다. 최근 프로야구 구장을 찾는 관중 중 상당수가 여성 팬이다. 규칙을 알면 게임 요령을 알게 되고 작전을 예상하는 재미가 게임에 빠지게 한다고 한다. 각종 스포츠 채널을 누비는 여성 앵커의 해박한 야구 지식은 그들 미모만큼이나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30년을 넘긴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 등 세계 대회에서의 선전으로 국민 스포츠가 됐다. 각각 130년과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 진출해 괄목할 성적을 올리고 있는 선수도 있어 국민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다.

한창 초반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올해 프로야구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른바 ‘김기태의 황당 작전’이다. 김기태 KIA타이거즈 감독은 프로야구를 이끌어가는 젊은 기수 중 한 사람으로 호남 야구 아이콘이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 LG트윈스 야구단을 이끌면서 만년 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던 팀을 재건해 4강까지 진출시켰다. ‘형님야구’라는 지휘 스타일은 그가 선수들과 만든 소통의 리더십을 상징한다. 하지만 그는 ‘의리의 돌쇠’로도 불린다. 시즌 중간에 팀이 극심한 부진을 겪자 자신의 책임이라며 과감히 사표를 던짐으로써 남은 선수들의 승부욕과 재기를 자극하는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그런 그가 황당한 작전을 펼쳐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지난 13일 KIA는 KT와의 경기에서 9회 초 2사 후에 2, 3루의 위기를 맞았는데 다음 타자에 대해 고의 사구를 지시하면서 느닷없이 3루수를 포수 뒤쪽에서 수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혹시나 폭투로 실점할까 염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야구 규칙을 제대로 몰랐다. ‘경기 중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는 페어지역에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 그것이다. 심판이 이를 지적해 3루수는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김 감독은 이에 항의하다가 머쓱해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경기는 연장까지 가서 끝내 KIA가 9대8로 이겼지만, 미국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영상과 함께 소개될 만큼 국제적인 화제가 됐다. 다른 스포츠 채널과 사이트에서도 ‘최악의 시프트(shift, 야수의 수비 위치를 상황에 따라 이동시키는 작전)’에 오르며 망신을 당했다. 누구보다도 규정을 잘 알고 팀을 운영해야 할 감독의 실수라 파장은 더 컸다.

지난주 지역 정가의 최대 관심사는 시의회사무국 간부공무원에 대한 문책성 인사였다. 양산시 승격 이후 4급과 5급 공무원 보직을 해제하고 타 부서로 전보시킨 전례는 없다. 그만큼 파격적인 인사였기에 후폭풍이 거셌다.

공무원노조 반발에 양산시는 정당한 절차에 따른 인사라고 일축하면서 해명에 나섰지만 누가 봐도 문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다른 국장의 전보 사유도 궁색하기는 매일반이었다. 한옥문 시의회 의장도 의장 사퇴까지 적시하면서 강력 반발한 의원 달래기에 분주했다. 당장 물러나라며 서슬이 퍼렜던 시의원들도 더 이상 충돌이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불과 5일 만에 한 발 물러섰다.

이런 입장이 서로 반영된 것일까. 주원회 전 의회전문위원은 웅상출장소 총무과장으로 보직을 받았다. 언뜻 보기에 의회 내 갈등이 봉합된 것처럼 보이지만 일시적인 숨 고르기가 아닐까 싶다. 한 번 편향된 시각으로 보기 시작하면 의장으로서의 행보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인사권을 부하 직원에 대한 군기 잡기용으로 자주 휘두른다면 전체 공직자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공직사회를 프로야구에 비유한다면, 시장은 감독이요 공무원은 선수다. 감독이 경기운용방침을 정하면 선수들은 이에 맞는 훈련과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규정을 지키지 않고 독단적으로 팀을 운영하면 종내는 화합을 해치기 마련이다. 누가 포수 뒤에 서 있다가 원래 자리로 쫓겨 들어가는 야수가 되고 싶겠는가. 야구감독 김기태는 규칙을 숙지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지만 시청에는 인사규정을 잘 아는 전문가가 수두룩하다.

시장은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태만의 정도가 심한 공무원 또는 품위를 손상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하지만, 개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처분일수록 법과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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