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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우리동네 맛집] ‘정성’,‘고집’ 담긴 약이 되는 밥상..
생활

[우리동네 맛집] ‘정성’,‘고집’ 담긴 약이 되는 밥상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5/05/26 14:41 수정 2016.04.21 14:41

5월인데 더위가 보통이 아니다. 때 아닌 봄열기로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는 요즘 이가 시릴 만큼 시원한 요리를 자꾸 찾게 된다. 그런데 요리 자체에서 신선함과 시원함이 느껴지는 슬로우푸드가 있다면? 싱싱한 자연을 요리에 담아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맛’ 전에 ‘멋’에 취하는 인테리어

주진동 미타암 올라가는 길에 위치한 ‘돌담’ 약선요리집.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천연염색 커튼이 가장 먼저 손님 눈을 매혹한다. 고풍스러운 원목 식탁과 자연이 묻어나는 소품에 ‘맛’을 보기 전에 이미 ‘멋’에 취한다. 세심하게 신경 썼지만 무심한 자연 그대로를 담고 있는 인테리어를 보며 ‘돈을 벌기 위한 식당이 아니라 주인장이 즐거워서 만든 집’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고개를 들어 주인장을 찾으니 부엌 앞에서 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권영근ㆍ강혜숙 부부가 이 집 주인장이다. 

↑↑ 권영근ㆍ강혜숙 대표


“우선 차 한 잔 드시면서 기다려주세요” 찬 성질의 메밀과 따뜻한 성질의 야생국화를 함께 우려낸 차다. 식당을 찾는 손님 누구나 음식이 나오기 전 차 한 잔을 마시며 느긋이 음식을 기다려야 한다. 슬로우푸드를 먹기 위해서는 소소한 시간 사치를 즐겨야만 한다.
↑↑ 메밀국화차


평범함을 거부하는 돌담정식  


돌담의 대표요리 돌담정식이 등장했다. 먼저 입맛을 돋우는 전채요리다. 2년 이상 숙성된 모과와 생강청을 쌈무에 말아 오미자, 홍시, 산사 등으로 만든 드레싱을 뿌렸다. 상큼한 전채요리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샐러드에는 화사한 봄꽃이 피어 있다. 양상추, 참나물, 돌나물, 골담초, 말린 사과 위에 식용꽃을 올려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드레싱 역시 평범하지 않다. 복분자에 살구식초를 섞어 건강한 달콤함과 새콤함을 만들었다. 아삭하고 신선한 야채를 다 먹고도 숟가락으로 드레싱을 자꾸 떠먹게 된다. 바닥이 보인 다음에야 다른 요리에 눈길을 돌릴 수 있었다.

↑↑ 샐러드


다음은 다소 생소한 방풍전이다. 우리밀에 미역귀가루를 섞어 반죽을 만들고 풍을 예방한다는 방풍으로 전을 붙였다. 전을 찍어먹는 초고추장은 손수 만든 자두식초를 이용해 만들었는데, 깔끔하면서 새콤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강혜숙 대표는 “시중에 나오는 밀가루나 부침가루로 전을 붙이면 맛있죠. 우리밀은 맛 자체는 밋밋하고 투박하니까요. 하지만 제가 진주에서 직접 공수해 오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우리밀을 쓰는 이유는 당연히 건강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죠”라고 말했다.


자연재료에 대한 주인장의 고집


주인장 설명에 요리를 다시 한 번 눈으로 훑었다.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다. 그릇 하나 하나에 담긴 요리에서 ‘정성’과 ‘고집’이 동시에 느껴졌다. 고민하는 시간을 덜어 주려는 듯 강 대표가 또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 집 요리재료는 직접 재배하거나 산에서 얻거나 두 가지예요. 시장에서 사오는 것은 거의 없어요. 때문에 반드시 제철재료만 쓰죠. 아니 쓸 수밖에 없죠. 야채는 물론 장아찌와 나물 대부분이 여기서 직접 재배한 거예요” 

↑↑ 장아찌 초밥


주인장 설명과 동시에 장아찌 초밥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었다. 씁쓰레한 향에 짭쪼롬한 맛이 더해 색다른 풍미가 느껴졌다.

나물도 종류가 다양하다. 취나물, 비름나물, 참나물, 울취나물, 표고버섯나물 등 7~8가지 종류의 나물이 가지런히 담겨있다. 자작하게 끊여 나온 된장찌개에 비벼 먹으니 담백하고 고소하다.
↑↑ 나물


주인장이 즐거워서 하는 식당


이미 눈치 챘겠지만 이곳에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요리는 단 하나도 없다. 고추장, 된장은 물론 단맛을 내는 효소도 직접 만들어 사용할 정도로 정성이 대단하다.

강 대표는 “저 스스로가 특이체질인지 조미된 음식을 먹고 나면 항상 몸이 아프더라구요. 그러다 12년 전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아프고 나서부터 더욱 더 약선요리를 고집하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 장독대


그렇다. 처음부터 손님이 많이 찾는 식당을 만들려는 목표가 아니었다. 주인장 건강 때문에 약선요리를 만들었고, 시골로 이사와 그저 몸에 좋은 음식을 다른 사람도 함께 먹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살고 있던 황토집에 수줍게 식당 문을 열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잘 지어진 2층 양옥집에 5~6가지 메뉴를 가지고 있는 웅상지역 맛집으로, 본의 아니게 알려지게 됐다고.

강 대표는 “지금도 100% 예약제로 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하하. 제가 요리하고 싶을 때, 요리할 수 있을 때 손님을 받아야 최상의 최선의 요리가 나올 수 있잖아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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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경남 양산시 주진동 597-2
■ 연락처: 055-389-2275
■ 운영시간: 정오~오후 9시 (2, 4주 화요일 휴무)
■ 가격: 돌담정식Ⅰ~Ⅲ(1인분 1만2천원~2만5천원까지), 돌담자연상(1인분 3만5천원), 약선닭ㆍ약선오리탕(4만5천원), 오리불고기(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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