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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부처님 오신날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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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부처님 오신날 단상(斷想)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05/26 09:42 수정 2015.05.26 09:39



 
↑↑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현실 세상 부조리 생각하면
나 하나 삶도 척박하고
무욕과 베풂의 자연섭리 안다면
우리 인생도 나쁘지 않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는
마음을 다스림이 우선이다


통도사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보관하고 있어 불보종찰(佛寶宗刹)로 불리며 우리나라 3대 사찰의 하나에 속한다. 또한 영축총림(靈鷲叢林)의 본산으로 합천 해인총림과 더불어 영남 불교를 선도해 온 전통의 통도사는 천년 이상 지역 불교문화를 융성하게 발전하고 시민과 더불어 합일하는 노력을 견지해 왔다. 그런 통도사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통도사가 위치한 하북면 지산리와 인접한 초산리 산간에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던 유원지 공사중단 현장 일대 토지를 직접 매입했다는 소식이다. 15년 전, 주위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원지로 지정돼 민간개발업자에 허가해 준 이곳은 부지 면적만 4만5천㎡에 달한다.

여기에 상가와 숙박시설, 공연장 등을 계획한 유원지 조성사업이 허가된 것은 지난 2000년이다. 하지만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와 함께 통도사와 인근 주민 반발을 불러온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강행한 공사로 대부분 산지가 훼손된 2005년에야 소송과 경기침체로 인해 사업자가 손을 놓은 사이 흉물로 전락해 방치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시행업자 부도로 인해 경매로 나온 토지를 통도사가 매입하게 됐다. 사찰측에서는 아직 용도를 정하지 않았다지만 양산시가 자연녹지지역으로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최소한 난개발 걱정은 사라지게 됐다. 통도사 입장에서는 수행 도량 환경 조성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지만 인근 주민, 나아가 양산시민이 잃을 뻔했던 자연환경 하나를 되찾았다는 의미에서 통도사 조처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노라니 문득 십여년 전 세상을 떠난 스님 한 분이 생각나면서 필자 개인에게 남겨주신 휘호 한 편이 떠오른다. 미소실(微笑室), 입가에 가볍게 번지는 부끄러운 웃음, 긴 탁자에 화선지를 깔고 커다란 붓으로 일필휘지(一筆揮之) 하시던 모습과 함께 그분이 보여준 ‘무소유’ 가르침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지병으로 상당한 시간을 투병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음은 물론, 당신을 찾던 신도에게마저 폐를 끼치기 싫다 하여 기거하던 큰절을 버리고 벽지 암자를 찾아 나간 분이었다.

입적하기 며칠 전 스님을 모시고 마지막 바깥나들이를 간 적이 있었다. 이른 봄 동해의 인적 없는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스님 표정에서 태어날 때의 몸과 마음으로 온전히 생을 하직하는 고고함을 느꼈다. 실제로 스님은 마지막 동전 한 닢도 남기지 않고 자신의 표현대로 ‘탈탈 털고’ 이승을 떠났다. 생전에 스님을 찾던 신도에게 하시던 말씀이 무욕(無慾)이었는데 몸소 보여주신 것이다.

돌아보면 세상은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유식한 말로 기득권이라 하고 시쳇말로 밥그릇이라 하기도 한다. 한 번 손안에 들어온 특권은 죽어도 놓기 싫고, 내가 손해 보는 짓은 절대로 하기 싫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정의로운 타협은 있을 수 없고, 인정 넘치는 양보와 베풂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가적인 일, 정치적 현안, 기업 간 이해 충돌, 사회적 갈등의 현장에 중용의 미덕이 자리하지 못한다. 내 치부는 꽁꽁 숨기고 남의 불찰은 서슬이 퍼렇게 추궁하는 비정한 세상이 됐는데도 누구 하나 이를 바로잡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 갈등과 혼돈을 살펴보면, 지독한 이기주의가 그 뿌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치의 미성숙과 고질적인 정경유착으로 깊어만 가는 경제 격차, 오락가락하는 교육 정책, 이로 인한 사회 가치관 부재 등 이 사회 환부 깊숙한 곳에는 수십년 동안 물질에 탐닉해 온 어른의 잘못이 자리하고 있다. 중생제도(衆生濟度)를 실천했던 부처님의 가르침은 종교를 떠나 우리에게 무욕의 자성(自省)을 하게 한다.

무념무상(無念無想)의 눈으로 자연 이치를 살펴보자. 모자라는 곳을 채우고 넘치는 곳은 틀어막는 것이 자연이다. 깡그리 퍼냈다 하더라도 생명의 불씨는 남아서 다음을 기약하고, 풍요로운 그 어떤 것도 욕심을 내면 타서 없어지고 만다. 욕심을 버리고 자연과 동화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마음의 평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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