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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나이 든 사람이 어디서 즐겁게 노래하겠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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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사람이 어디서 즐겁게 노래하겠노”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05/26 14:04 수정 2015.05.26 02:00
양산에 하나뿐인 어르신 합창단 ‘양주빛실버합창단’

2012년 창단 후 실력 쌓아 준 전문합창단으로 성장




양주동주민센터에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Once upon a dream’이 울려 퍼진다. 음악 소리에 빠져 발길을 옮겨보니 음악에 자신의 삶을 담아 노래하는 양주빛실버합창단(회장 서지형, 이하 합창단)을 만날 수 있었다.
 
합창단은 3년 전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김성태)가 주관해 주민의 활기찬 노후를 위해 만들어진 실버합창단이다. 2012년 당시 오디션을 거쳐 만55세 이상 주민 41명이 합창단원으로 뽑혔고, 현재 창단 때보다 많은 58명이 합창단을 채우고 있다.

합창단은 ‘실버’라는 이름에 맞게 6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창단멤버이자 현재 단원 중 최고령자인 정점필(80) 어르신은 50대라고 해도 될 만큼 정정하다. 정 어르신은 “합창단을 뽑는다는 소식에 잘하는 실력이 아님에도 누구보다 먼저 뛰어왔다”며 “합창의 ‘합’도 몰랐지만, 노래하는 게 좋았고 어울려 노래하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르신이 모여 오직 노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합창단은 양주공원, 부산시민회관, 삽량문화축전 등 지금까지 10번 넘는 무대에 오르며 ‘준 전문합창단’으로 거듭났다.

평생 아이들만 바라보며 살아온 서지형(74) 회장은 “합창으로 새로운 삶을 찾았고, 합창이 없었으면 집에만 있어 우울증을 겪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말했다.

서 회장은 “합창단 활동을 시작할 때와 지금의 얼굴이 그대로다”라면서 “그만큼 노래하고 웃으며 활기차게 사니 나날이 젊어지는 것 같은데, 딸들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보며 ‘나중에 내 나이가 엄마만큼 돼도 엄마처럼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웃었다. 또 서 회장은 합창단이 이만큼 성장하기까지는 창단 이래 쭉 양주빛합창단을 돌봐준 배웅철 지휘자가 있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배 지휘자는 명지대 공연예술학과 외래교수, 동원과학기술대 평생교육원 강의, 양산YMCA합창단 지휘 등을 맡고 있는 실력자로, 트로트부터 가곡, 뮤지컬까지 다양한 장르 음악을 어르신께 알리며 합창의 매력을 가르치고 있다.

배 지휘자는 “창단 당시만 해도 단원 중 합창이 무엇인지 모르는 분이 많았고 트로트만 좋아하는 분도 있었다”며 “하지만 다양한 음악을 접함으로써 ‘마냥 신나는 노래뿐 아니라, 차분한 곡도 아름답구나’하는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어르신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노래할 수 있는 우리가 복 받은 사람
7월에는 문화예술회관서 공연도 예정


합창으로 행복을 얻은 단원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1시간 30분의 시간은 너무 짧다. 거기다 노인이기 때문에 ‘연습해도 실력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으로 부족한 지원 속에서도 맑고 고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서 회장은 “적은 돈을 받으며 일주일에 한 번 어르신에게 시간을 내드리는 지휘자와 음악의 힘으로 지금까지 온 단원들, 김성태 위원장을 비롯한 주민자치위원회 협조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이런 기회를 준 분들을 만난 우리가 복 많은 사람이지만, 바람이 있다면 지원을 지금보다 풍부하게 받아 양산에 하나뿐인 실버합창단인 우리가 더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합창단은 오는 7월 11일 5시 양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다양한 합창팀과 함께 공연할 예정이다. 지금 연습하고 있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중 ‘Once upon a dream’을 부른다. 단원들은 “함께 무대에 서는 날만 기다리며 연습하고, 상상만 해도 기뻐 눈물이 나올 것 같다”며 “넘어지려 할 때 합창으로 다시 힘을 찾은 만큼,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래하는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고맙다는 이들은 앞으로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 합창 경연 무대에 서서 수상의 영광을 누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청명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이들의 목소리만큼 아름다운 꿈이 이뤄지는 그날을 기다리며 단원들은 오늘도 ‘꿈’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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