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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명숙 희망웅상 홍보분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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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 거냐고 의료진이 물었다. 선택 문제라고 했지만 생각할 것도 없이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그런데 그게 엄마의 의미 없는 생명연장의 시작이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의 고통이 연장되고 그 고통은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됐다.
누구를 알아보지도 먹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상황, 단지 심장과 감각만이 살아있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었다. 의사들은 언제 깨어날지,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병원에서 약 한 달 반 동안 약물과 의료 기구를 이용한 치료를 했지만 예전 상태로 건강을 되돌리지 못했다.
의식이 없이 고통만 가해지는 상태가 됐다. 그런 어느 날 중환자실 의료진이 더 이상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중환자실에도 더 이상 입원할 수 없으니 퇴원하라고 했다. 엄마를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병원을 옮기고서도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이 반복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경황도 없고 슬픔과 당황스러움에 미처 생각을 못 했는데 삶과 죽음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엄마가 지금 받는 의료서비스로 인한 생명연장이 무의미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앙상하게 변해가는 엄마를 지켜보는 게 서글펐다.
이 고통으로부터 엄마를 편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끊임없이 주입되는 약물과 냄새나는 육체, 이런 게 삶인가? 어떤 자각도 없이 엄마는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한 걸까? 별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안락사, 존엄사 이런 단어들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락사 존엄사 그게 뭐든 난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무기력하게 안타깝게 그냥 지켜보는 것밖에.
그러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날로부터 1년이 조금 더 지난 2014년 3월 2일 새벽 3시 무렵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곧 임종할 거 같으니 지금 오라고 했다. 간호사가 보름 전부터 얼마 못 가실 거라고 말을 해준 터라 어느 정도는 마음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아직은 살아 계셨다. 엄마에게 마음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슬프긴 한데 아, 이제 끝이구나. 기나긴 고통의 끝, 엄마 이제는 편히 쉬시라고. 그리고 한 많은 엄마 인생이 마무리되는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벌써 엄마가 나의 곁을 떠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엄마가 지금 머무르고 있는 납골당에 있는 사진은 비교적 건강할 때 찍은 사진이라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나를 반겨준다. 병원에 있을 때 뼈만 남은 가엾은 엄마의 모습은 조금씩 희미해져 가고 환히 웃는 엄마를 추억하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