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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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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의결 거친다는 처리기준
쌈지돈 풀 때 미리 의논하겠다는
식솔에 대한 가장의 약속같은 것
시의회도 전향적인 자세로
사업성과 부담 적정성 검토 필요
얼마 전 양산시의회 사무국 고위직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촉발된 양산시와 시의원 간 충돌 발단은 ‘강민호 야구장’ 건립 예산 편성 문제였다. 양산시가 유명 야구선수 이름을 딴 야구장을 건립하겠다는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의회 승인을 받지 않았던 게 화근이 됐다.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시민에게 경기장을 제공함으로써 잠재적 표밭을 염두에 뒀던 시장으로서는 시의회 예산 삭감 조치에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다 그동안 집행부의 독선적인 대(對) 의회 관행에 불만이 쌓였던 의원들이 보복성 인사에 크게 반발했던 것이다.
이번에 시와 시의회 사이 고질적인 갈등 요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양해각서) 체결 전 시의회 의결을 받도록 하는 업무처리 기준을 마련한 것은 나름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기준의 내용을 살펴보면, 예산 외 의무 부담을 내용으로 하는 MOU 체결 때는 시의회 의결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 민간지원사업 공모 참여도 의회 보고 사항에 포함했다. 시급하게 MOU를 체결하는 경우 ‘의회 의결을 받으면 효력이 발생한다’는 문구를 넣기로 했다.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일인 듯 보이는 이런 기준이 통과하기까지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랐을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의 MOU 체결은 다분히 정치적인 경우가 많다. 예산 지원이 수반되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시의회로서는 ‘이미 인심은 시장이 베풀고 뒤치다꺼리만 의회에서 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선출직 시장으로서는 상대적으로 평온한 내치(內治)와는 달리 지역사회에 크고 작은 충격파를 줄 수 있는 외부 활동 성과에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당장 그 사업성이나 투자 가치를 검증하기도 전에 돈이 드는 사업 외부 협약에 사인하고 보는 경우도 있다.
지방자치법 규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외 의무 부담이나 권리 포기를 내용으로 하는 MO U를 체결할 때는 의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시의회가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반면 시는 수시로 발생하는 MOU에 대해 일일이 의회 의결을 받기 어려운 바 보고로 갈음하는 방안을 요구해 왔다. 다른 지자체 경우를 보더라도 집행부와 의회의 세력 균형이 충돌할 때 자주 MOU 체결에 대한 제동 사례가 나타나곤 한다.
이번에 양산시가 마련한 MOU 업무처리 기준은 시의회가 그동안 요구해 온 사안을 어느 정도 충족한 것이기에 그 심의에 관한 과정에 대해 시의회가 책임을 지게 됐다는 평가다. 말하자면 공은 시의회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시의원들이 얼마나 사심 없이 집행부 돈 씀씀이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적정성 검토를 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미 시의회는 대형 MOU 체결에 대한 사전 동의를 일사천리로 의결해 줌으로써 시 재정 건전성을 해쳤다는 비판을 받은 전례가 있다. 또한, 당시 무리한 법 적용을 바탕으로 한 추진이 논란이 되고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처리해 집행부 시녀가 됐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 지난 제5대 시의회에서 있었던 ‘디자인센터 부지 무상 제공 동의’가 그 사례다.
당시 의회 처리 과정을 지켜본 바로는, 시의회 의장단을 포함한 과반 이상의 의원이 시장이 이끄는 집행부와 노선을 같이하는 환경에서는 ‘견제와 감시’를 부르짖는 의회 기능이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절감했다. 그들이, 시민 재산권 보호나 손실의 경감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정치적 야망이나 업적 쌓기에 탈법적 행정을 동원하는 정치꾼이나 그 하수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30만 인구를 가진 역동적인 도시를 운용하는 시장으로서는 지역 내 산업 발전과 시민 생활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인 외부 협력관계를 생성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시급하게 투자가 필요한 일도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그럴 때마다 시민 입장에서 신중히 고려한 뒤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제동장치 중 하나가 의회의 사전 의결이다. 시의회도 법 규정 문항에 얽매지 말고 사업성과 시민 부담 적정성에 대한 검토를 확실히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