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텐트를 가지고 와서 치고 그늘을 만들어서 뻥 뚫린 들판을 마주한 사람도 많고 야구장과 자전거도로도 잘돼있는데 산책삼아 걷기에도 좋은 이런 공간을 나는 왜 이제야 알게 됐을까? 저 멀리서도 붉은색의 양귀비 꽃밭이 보이자 두근거렸다. 꽤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꽃밭.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도 붉은 꽃을 두고 사진을 찍기 바쁘고 어떤 이는 조심스레 꽃을 따서 꽃다발도 만들고 아이도 어른도 예쁘고 아름다운 것에는 다 똑같은 마음인가 보다.
![]() |
ⓒ |
꽃잎이 여리니 바람에 주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큰 꽃잎. 양귀비는 다른 꽃들에 비해 길쭉하고 꽃망울도 늘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꽃은 하늘을 마주하면 하늘거리는듯한 붉은 빛을 낸다.
요즘 그 무섭다는 중2 소녀인 딸은 요즘 들어 사진 찍는 게 별로란다. 슬슬 초상권도 운운하는 녀석. 엄마 취향 그나마 닮은 소녀. 장래희망도 엄마다. 엄마는 누구나 되는 거라 했는데 직업이 꼭 장래희망이어야 하냐고 되묻는다. 그래 좋은 여자 좋은 엄마가 되어도 좋은 거지.
함께 꽃도 좋아해 주고 함께 걸어주고 이제는 어느새 친구 같은 딸이 됐다. 평소 같으면 이 길을 덥다거나 다리 아프다며 투정부렸을 것인데 오늘은 바람에 머릿결 날리며 마음껏 누린다. 막힌 것 없이 시야가 뚫려있으니 좀 걸어도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함께 웃어주니 좋구나. 시간이 흐르면 이 순간이 그리울 거야.
자전거 타고 오고가는 사람들도 많던데 붐비지 않은 한적한 느낌의 공원이라 좋았다. 양귀비꽃밭 앞에서 토끼풀에 마음을 빼앗겨서는 머리에도 꽂고 어릴 때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시던 꽃반지도 만들어봤다. 꽃은 해마다 피지만 이 시간 이 순간 너는 한 번 뿐이니 엄마는 기록하기 바쁘다. 나에게 둘도 없는 꽃. 아이들과 함께해서 더 좋았던 황산문화체육공원.
텐트가 있으면 가져와 하루쯤 쉬어가도 좋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공원이었다. 연휴 혹은 주말에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다. 주소가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아 초행길에 헤맸는데 양산역 뒷길로 가니 표지판이 나왔다. 근처에 안내하는 표지판이 몇 개만 더 있어도 좋으련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