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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과문학’ 편집위원인 신한균 사기장과 박영봉(보광고등학교 교사) 작가가 ‘로산진 평전’(아우라)을 출간했다.
한국인이 일본인에 대한 평전을 썼다 하니 의아함도 있겠지만, 그 이유는 로산진이 한국의 옛 그릇을 통해 도예철학을 터득했다는 인연 때문이다.
로산진은 1883년 교토에서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다시피 남의 집에 양자로 보내지고, 여러 집을 전전한 유년 생활을 보냈다. 그러다 목판업자의 양자로 들어가 서각을 익히고 서예에 대한 감각을 키워 어릴 때부터 예술가의 면모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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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후 도쿄에 자리 잡은 로산진은 여러 집에서 식객 생활을 하다 그의 일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나카무라 다케시로와 만나며 본격적인 미식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이후 로산진은 “그릇은 요리의 기모노”라고 말하며 요리와 그릇의 완벽한 조화를 꾀했다. 이를 통해 일본 요리를 예술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로산진은 요리 자체 풍미만큼이나 음식과 그릇의 어울림, 즉 ‘차림멋’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진정한 요리가 될 수 없다고 말하며 요리와 도자기 양면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책은 로산진의 흥미로운 일생, 양념과 조리를 절제해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요리 철학, 인격 수양과 자연미를 기본으로 한 예술 철학과 함께 당대 일본 문화사를 펼쳐놓는다. 마지막에는 만년의 로산진에게 1년간 요리를 배웠던 쓰지 요시카즈가 월별로 소개하는 요리 레시피가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또 저자인 신한균 사기장이 로산진 후손의 동의를 얻어내 수록한 흥미로운 자료들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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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저자 신한균ㆍ박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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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서 그릇의 중요성 알았으면”
‘로산진 평전’을 쓴 신한균 사기장은 하북면 ‘신정희요’에서 아버지 신정희 사기장의 가업을 이어받은 도예가로, 1990년대 초 일본 교토 고급 요정에 갔다가 로산진 그릇을 만났다. 음식의 재료와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그릇이 필요하다는 로산진의 철학에 깊이 공감했다. 그 후 로산진 요리와 도예, 그의 삶을 추적하면서 푸드칼럼니스트 박영봉 작가와 함께 책을 쓰게 됐다.
신 사기장은 “우리나라 식당은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식기를 주로 쓰는데, 그릇을 빚는 제 눈에 그것은 차디찬 죽은 물건”이라며 “우리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는 죽은 물건에 담긴 음식을 먹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 사기장은 “로산진은 한국 도예를 공부해 도자기를 빚어 일본 요리를 최고로 만들어냈는데, 한국 사기장인 제가 굳이 일본 도공인 로산진을 소개하고자 했던 이유는 한국 요리가 우리 도자기와 함께 세계 최고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영봉 작가 역시 “로산진은 요리를 맛으로만 즐기는 일차원적 개념에서 벗어나 요리, 그릇, 인테리어, 서비스 등이 하나의 예술이 돼야 한다는 생각과 신념으로 고급 요릿집을 열었고, 그것은 도쿄에서 혁명과 같았다”며 “음식과 그릇의 어울림으로 현대 일본 요리의 원점을 창조했다”고 말했다.
저자는 입을 모아 “우리는 요리를 먹을 때 그릇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우리 요리에는 우리 그릇이 빠져있다. 레시피는 차고 넘치지만 그릇이 빠진 레시피는 불완전한 레시피”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우리 요리와 그릇을 되돌아보고 요리 철학을 다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잃어버린 도자기 종주국의 영광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