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은 아이들을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곳이다. 하지만 부실한 안전시설과 운전자 의식 부족으로 인해 이름뿐인 스쿨존은 오히려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각지대로 변질되고 있다. 위험천만한 등굣길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 아이들을 지킬 방법은 없는 것인가. 제동 풀린 스쿨존 내 안전불감증을 고발한다.
대운초등학교 스쿨존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13일 대운초 1학년 새내기 초등학생이 등굣길 교문 앞에서 승용차에 치인 것. 다행히 다리 골절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외상이 심각했던 사고현장 모습에 당사자와 부모는 물론 이를 지켜본 학생들까지도 큰 충격을 받았다.
어린이보호구역인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2년부터 최근 3년간 양산지역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모두 17건이다. 2011년에는 사망사고까지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스쿨존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범칙금과 벌점이 두 배다. 이처럼 나날이 급증하는 등ㆍ하굣길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법은 엄격해지고 있지만, 스쿨존 내 교통단속카메라가 거의 없는 양산지역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다.
현재 양산지역 스쿨존 지정구역은 초등학교 34곳, 유치원 22곳, 어린이집 17곳으로 모두 73곳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과속ㆍ신호위반 단속카메라는 동산초 한 곳뿐이며, 불법 주ㆍ정차 단속카메라도 삽량초ㆍ오봉초ㆍ신기초ㆍ덕계초ㆍ신주초 등 5곳이 전부다.
안전불감증, 불법적 운전습관 등
결국 어른들 잘못으로 안전 위협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양산지역은 여전히 운전자들 스쿨존 규정 준수의식 정도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버젓이 스쿨존 표지판이 있음에도 많은 차량이 불법 주ㆍ정차를 하고, 시속 30km라는 제한속도가 무색할 정도로 덜커덩거리며 과속방지턱을 넘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일부 운전자는 다른 차량이 스쿨존 내에서 속도를 줄이는 틈을 타 불법유턴도 수시로 행하고 있다. 우리의 안전불감증과 어른들의 불법적인 운전습관은 스쿨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신기초등학교 스쿨존은 비양심적인 택시로 인해 수년간 몸살을 앓고 있다. 신기초 스쿨존은 민원인 출입이 잦은 삼성동주민센터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구에 위치해 있어 택시들의 불법 주ㆍ정차 단골구역으로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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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학부모 요구로 불법 주ㆍ정차 단속카메라를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다. 카메라 회전방향을 피해 5~10분 정도 정차했다가 승객을 태우고 가는 얌체 택시들이 여전히 성업 중이다.
택시 문제만이 아니다. 스쿨존에서 20m 남짓 떨어져 있는 택시 정차장을 이용하지 않으려는 시민도 상당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양산초등학교 스쿨존은 아예 전용주차장이 돼 버렸다. 스쿨존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는 인도 위에 차량이 버젓이 주차해 놓기 때문이다. 주차공간이 없어 잠시 정차한 것이 아니라 매일 번갈아 가며 이곳을 인근 건물 전용주차장처럼 사용하고 있다.
아찔한 초등학교 등ㆍ하굣길
우리 아이들 무방비로 노출
흔히 어린이 교통사고는 대처능력이 떨어져 순간적으로 닥치는 위험요소를 피하지 못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되는 위험요소를 그대로 방치한 채 아이들에게 주의만 강요하고 있는 스쿨존도 상당수다.
대규모 산업단지 진입로에 있는 소토초등학교와 어곡초등학교가 대표적인 위험지역이다.
소토초는 주변으로 공단이 조성돼 있는 데다 경부고속도로, 국도35호선 등 대규모 도로에 둘러싸여 학습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학교다. 때문에 소토초 학생 상당수는 학원차량을 이용해 등ㆍ하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곡초 역시 학원차량 없이는 등ㆍ하교할 수 없다고 푸념하고 있다. 특히 어곡터널과 어곡사거리 사이에 양산에덴벨리와 신불산공원묘지로 통하는 우회도로는 공단 대형차량 진ㆍ출입로인데, 이 길로 학생들이 등ㆍ하교하는 경우가 많아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가장 안전해야 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나. ‘사후약방문’은 안 된다. 일제 점검을 통한 시설개선과 강력한 단속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