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 ||
ⓒ |
이름만큼이나 전시ㆍ나열식 그쳐
오죽하면 웅상사람 평가에서
‘술 먹고 노래하는’ 축제라 자조
웅상지역 특성 이해하고
그들이 주체가 돼 만드는 축제 돼야
웅상지역에서 처음으로 열린 종합문화축제인 ‘양산웅상회야제’에 대한 평가는 어땠을까. 사실상 행사를 주관한 양산시는 웅상지역 주민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고 삽량문화축전에 버금가는 대표적인 힐링축제로 동부양산과 서부양산의 결속과 화합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한 성공적인 행사라고 자평했다.
반면 웅상지역 오피니언 리더 모임인 웅상발전협의회는 정기월례회에서 자체 평가회를 갖고 ‘기획ㆍ창의력이 부족한, 술 먹고 노래하는 축제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웅상 문화와 역사는 물론 웅상 주민도 빠져있는 축제로 주제와 정체성이 모호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무엇이 이렇게 극단적인 평가를 내리게 한 것일까. 일부 관계자는 행사 기획 단계에서부터 예견된 결과라고 말하기도 한다. 행사 명칭을 공모한 양산시가 웅상회야제로 잠정 결정된 명칭에 ‘양산’을 붙일 것을 요구하면서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시장이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왕에 웅상지역에서 처음으로 기획한 행사인 만큼 개별 행사를 짜깁기할 것이 아니라 지역 문화를 찾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역 출신 위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것이다.
양산시는 또 행사 동안 2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등 시민의 적극적인 성원과 참여가 빛났다고 했지만, 웅상발전협의회 평가회에서는 유명 가수를 초청한 개막식에 운집한 관중은 당연하며, 문화 체험이나 전시관의 외면, 강변음악회 홍보와 관심 부족으로 인한 저조한 관중 등 진정한 웅상 주민의 문화축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초청 가수와 방송국 섭외에 쓴 거액의 예산은 회야제의 취지에 맞게 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안다.
냉정하게 뒤돌아보면 이번 행사는 이미 웅상지역에서 매년 산발적으로 다양한 주체에 의해 열리고 있던 여러 행사를 ‘양산웅상회야제’라는 이름 아래 모아놓은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큰 타이틀을 건 행사가 돼 불꽃쇼나 개막축하공연 등 소모적이고 천편일률적인 눈길 끌기 이벤트로 흐를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민선 단체장들이 자신의 얼굴 알리기나 치적 홍보용으로 대중 동원 행사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를 자주 목도해 왔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그다지 견제를 받지 않음은 시의원도 그러한 대규모 축제 현장을 자신의 홍보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웅상은 다소 특별한 지역이다. 서창, 소주, 평산, 덕계 4개동으로 구성된 웅상지역은 원래 뿌리가 울산이다. 지역을 관통하는 국도 7호선은 부산에서 울산을 직접 연결한다. 그 중간에 웅상이 있다. 10만에 육박하는 상주인구 중 상당수가 울산과 부산에 연고를 갖고 있다. 몇 해 전 지역 여론조사에서 양 대도시 중 한 곳으로 편입하기를 원하는 응답이 과반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두 도시의 시내버스가 빈번하게 연결됨으로써 경제생활권도 양산시 의존에서 벗어나 있다. 행정구역상 양산에 편입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천성산 서쪽의 양산 도심과는 정서적 거리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양산시 승격 이후 각종 지방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며 상당한 표심을 과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웅상 주민은 소외감과 변두리 의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웅상을 ‘퍼스트’로 내세우며 선거에서의 이득을 유지하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웅상이라는 지역을 하나의 자생구역으로 인정하면서 그들의 삶과 문화를 찾아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위에 큰 틀에서의 시민의식을 요구하는 것이 웅상 주민으로 하여금 소외의식을 불식하고 양산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갖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동연 시장도 별도의 연구용역을 통해 웅상회야제의 정체성을 찾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첫 단추를 꿰기 이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쳐 매년 이어갈 문화축제의 근간을 마련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웅상 정체성을 밝히고 문화를 발전하는 의무를 지닌 웅상사람들로 추진위원회를 재구성해 웅상 주민의 힘으로 제대로 된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그들의 목소리를 양산시는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