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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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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문화ㆍ언어 두루 섭렵한 “난 자랑스러운 다문화가정 학생”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5/06/23 10:04 수정 2015.06.23 10:00
정진호 학생 이중언어말하기 대회서 ‘최우수상’

중국 출신 어머니에게 중국어와 중국문화 배워




"3학년 때 수업 중에 다문화가정 이야기가 나왔다. 담임선생님이 우리 집이 다문화가정이라 하셨다. 나는 집에 돌아와 ‘엄마, 내가 다문화가정이야?’하고 울먹이며 물었다. 엄마는 ‘응 맞어, 다문화가정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다문화가정은 우리와 다른 민족 또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포함된 가정을 말해’라고 말씀해 주셨다. 또 ‘넌 다문화가정인걸 자랑스러워 해. 태어나면서부터 두 가지 언어를 할 수 있잖아’라는 엄마의 말을 듣고 돌이켜보니 방과 후 중국어 교실에서 친구들이 ‘넌 중국어 잘해서 좋겠다’라고 부러워했던 것이 떠올랐다.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초등생 시각으로 솔직 담백하게
다문화 얘기해


지난 4일 열린 ‘다문화가정학생 이중언어말하기 대회’에서 정진호(삽량초5) 학생이 발표한 내용의 일부다. 다문화가정이 더는 숨길 필요가 없는 자랑스러운 환경이라는 취지의 내용을, 초등학생 시각에서 솔직 담백하게 풀어냈다. 이날 진호는 최고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해 오는 7월 29일 열리는 경남도 대회에 양산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진호는 “5살 때부터 중국 동요를 들으며 중국어를 공부했어요. 또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해주셔서 중국문화도 잘 알고 있어요. 나중에 중국과 한국의 교류를 도울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진호 어머니인 강경화 씨는 중국 출신으로 흔히 얘기하는 결혼이주여성이다. 지난 2003년 한국으로 이주해 가정을 꾸렸고, 진호라는 사랑스러운 아들도 탄생했다.
 
강 씨, 중국어강사로 활동하는 당당한 워킹맘


강 씨는 “처음에는 진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이중언어를 배우다가 자칫 한국어를 익히는 속도가 늦어질까 걱정되기도 했고, 엄마가 중국 사람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괜한 구설수에 오르기도 싫었어요. 하지만 이중언어가 아이의 두뇌발달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공부를 하고 난 후 생각을 바꿨죠. 무엇보다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두루 섭렵한 인재가 된다면 진호의 미래가 훨씬 밝아질 것이라고 판단했어요”라고 말했다. 

강 씨는 방과후학교 중국어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당당한 워킹맘이다. 처음에는 가정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해 결정한 강사 활동이었지만, 이것이 자신의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됐다. 대학교에서 중문학을 전공하며 전문 강사가 되기 위한 노력도 했다. 이후 진호가 다니고 있는 삽량초뿐 아니라 성산초, 양산시립도서관, 웅상도서관, 양산종합사회복지관 등에서 중국어 강사를 하며 누구보다 바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엄마가 강해져야 자녀교육 제대로 할 수 있다”


진호는 이런 엄마를 항상 ‘멋지고 자랑스럽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강 씨가 이렇게 멋진 엄마로 거듭나기까지는 수많은 편견과 싸워야만 했다고.

강 씨는 “27살 때 시집와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웠죠. 그 때 다문화가정에 대한 한국사회 인식도 지금과는 확연히 다를 때라 말도 안되는 편견과 차별로 속상했던 적도 많았죠. 하지만 스스로를 가둬뒀던 단단한 틀을 깨고 사회에 나와 보니, 생각보다 세상은 당당하고 강한 사람들에게 문이 활짝 열려 있더군요”라고 말했다.

강 씨는 결혼이주여성들이 가끔씩 자녀교육 상담을 해오면 ‘우선 엄마가 강해야 한다’는 말을 꼭 한다. 꼭꼭 숨으려 하지 말고 당당하게 사회에 나가 많이 부딪히고 상처도 받고 하면서 단단한 사람이 돼야, 비로소 당당한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강 씨는 “독일 출신 배우 이참 씨가 관광공사 사장이 됐을 때와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 씨가 국회의원이 됐을 때 한국사회 반응이 달랐어요. 아무래도 이자스민 국회의원이 한국보다 덜 발전된 나라에서 왔다는 사실 때문에 반감을 가진거죠. 한국사회가 스스로 고정관념을 깰 수 없다면 우리가 깰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죠. 결혼이주여성들이 당당하게 사회와 어울리다 보면 언젠가는 한국사회도 무지개빛 다문화사회를 환영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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