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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우리동네 맛집] ‘복국’ 신선함에 한 번, 시원함에 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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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맛집] ‘복국’ 신선함에 한 번, 시원함에 두 번 놀란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5/06/23 14:42 수정 2016.04.21 14:42
상북면 '영광복국'

‘죽음과도 맞바꿀 만한 가치’, ‘독이 없다면 맛도 없다’. 복어의 위험성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복어 맛을 찬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복어는 거위 간 푸아그라, 철갑상어 알 캐비어, 송로버섯 트러블과 함께 세계 4대 요리재료에 속할 정도로 귀하디 귀한 식재료다.

위험할수록 군침이 도는 이 복어를 가장 대중적인 입맛으로 접목시킨 음식이 바로 ‘복국’이다. 한국 사람들의 대표 해장국인 동시에, 그 시원한 맛에 되레 다시 술을 부르는 마력을 가진 복국. 양산에도 50년 전통의 복국 음식점이 있다. 복어의 신선함에 한 번 놀라고, 육수의 시원함에 두 번 놀라는 상북면 소토리 ‘영광복국’을 찾았다.


50년 전통이라고 하기에는 건물과 인테리어가 너무 최신식이다. 더욱이 옥영광(53)ㆍ이정희(49) 부부도 너무 젊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 쯤, 옥 대표 설명을 듣고 의구심이 말끔히 사라졌다.


복어 육수 비법은 ‘시간과 정성’


옥 대표는 “아버님이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서 복국집을 50년 넘게 운영해오고 계세요. 여든을 훌쩍 넘긴 연세시지만 지금도 정정하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죠. 아버님 노하우를 그대로 이어 받아 20여년 전에 이곳에 복국집을 차렸고, 3년 전 최신식 건물로 신축해 지금의 영광복국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영광복국 대표음식은 단연 복국이다. 시원한 지리와 얼큰한 매운탕, 거기다 복미역국까지 세 가지 국이 대표적이다. 복어는 국물이 우러나는 생선이 아니다. 때문에 육수가 복국 맛을 좌우한다. 다짜고짜 육수 비법을 물었다. ‘이런 재료로 우려냅니다’라는 대답을 기대했지만, 의외의 해답을 들었다. 

이정희 대표는 “시간이죠. 짧은 시간에 많은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 음식점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것이 조리시간입니다. 복어 따로, 무 따로, 콩나물ㆍ미나리 따로 익혀 뒀다가 손님이 오면 한 뚝배기에 담고 끊여 나가는 식은 안돼죠. 한 번 우려낸 식재료는 그 고유의 맛을 다 잃거든요. 저희는 생복에 생무에 생야채를 그대로 넣고 재료가 함께 익을 때까지 끊여냅니다. 다소 시간이 걸릴 지라도 제대로 된 국물 맛이 나려면 그렇게 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생복어는 매일 아침 자갈치시장에서 공수해 온다고 한다. 재료의 신선함에 요리의 정성까지 더한 비법을 알고 나니 국물 맛이 한층 더 깊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매운탕도 매운 맛이 강하지 않다. 시원한 맛은 그대로 살리고 칼칼한 맛을 조금 더한 느낌이다. 궁합이 잘 맞다는 복어와 미역의 조합으로 이뤄진 복미역국도 별미다.

복국에 퐁당 빠져있는 복어보다 복어 특유의 담백한 맛을 더 느낄 수 있는 복어수육도 일품이다. 복어살에 콩나물과 미나리를 듬뿍 싸서 초고추장에 꼭 찍어 한입 가득 입에 넣고 고소함과 담백함을 느낄 때쯤, 문득 궁금해졌다. 복어 독이 얼마나 위험할까. 그래서 20년 넘게 복어를 손질해 온 옥 대표를 붙들고 복어를 낱낱이 파헤쳐 봤다.

복어, 산모와 유아도 즐기는 대중음식


옥 대표는 “은복, 밀복, 참복, 까치복을 순서로 독성이 강하죠. 화려한 무늬를 가질수록, 독성이 강할수록 그 맛도 기가 막히죠. 1g의 복어가 갖고 있는 독소는 500명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해요. 하지만 요즘에는 상당수 음식점에서 손질한 복어를 공수해 쓰고 있기 때문에 대중음식점에서 이런 스릴(?)을 전혀 느낄 필요는 없어요. 산모와 유아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음식이죠”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복국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복어는 기름기가 전혀 없는 생선인데다가, 함께 들어가는 재료 역시 콩나물, 미나리, 마늘 등 건강재료이기 때문이다. 한 그릇을 다 비워도 속이 편해 환자식으로도 즐겨 찾는다.


영광복국은 복국 가운데서도 밀복국을 으뜸으로 꼽았다. 영광복국 밀복국에는 내장이 들어가는데, 바로 복어에서 유일하게 독이 없는 고니다. 수컷에만 나온다는 귀한 내장이다.

메뉴에는 없지만 간혹 단골손님에게 술안주로 서비스하곤 한다는 복어양념구이도 별미다. 복어를 구워 고추장 양념을 얹어 먹는다는 게 다소 낯설지만, 그 맛이 기가 막힌다. 김가루와 참기름을 넣은 비빔그릇에 콩나물과 미나리를 건져 내 초고추장에 비벼 먹는 맛도 색다르다.  

옥 대표는 “모든 게 아버님한테 배운 그대로죠. 2대째 내려오는 전통 복국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조금은 번거롭고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아버님 방식으로 꾸준히 장사하려 합니다”라는 각오를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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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양산시 상북면 어곡터널로 207
■ 연락처: 374-2069
■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9시(연중무휴)
■ 가격: 은복국(지리ㆍ매운탕 1만원, 수육 소 2만원, 대 4만원), 밀복국(지리ㆍ매운탕 1만5천원, 수육 소 3만원, 대 6만원), 복미역국(1만원), 복튀김(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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