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도 맞바꿀 만한 가치’, ‘독이 없다면 맛도 없다’. 복어의 위험성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복어 맛을 찬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복어는 거위 간 푸아그라, 철갑상어 알 캐비어, 송로버섯 트러블과 함께 세계 4대 요리재료에 속할 정도로 귀하디 귀한 식재료다.
위험할수록 군침이 도는 이 복어를 가장 대중적인 입맛으로 접목시킨 음식이 바로 ‘복국’이다. 한국 사람들의 대표 해장국인 동시에, 그 시원한 맛에 되레 다시 술을 부르는 마력을 가진 복국. 양산에도 50년 전통의 복국 음식점이 있다. 복어의 신선함에 한 번 놀라고, 육수의 시원함에 두 번 놀라는 상북면 소토리 ‘영광복국’을 찾았다.ⓒ
50년 전통이라고 하기에는 건물과 인테리어가 너무 최신식이다. 더욱이 옥영광(53)ㆍ이정희(49) 부부도 너무 젊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 쯤, 옥 대표 설명을 듣고 의구심이 말끔히 사라졌다.
복어 육수 비법은 ‘시간과 정성’
옥 대표는 “아버님이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서 복국집을 50년 넘게 운영해오고 계세요. 여든을 훌쩍 넘긴 연세시지만 지금도 정정하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죠. 아버님 노하우를 그대로 이어 받아 20여년 전에 이곳에 복국집을 차렸고, 3년 전 최신식 건물로 신축해 지금의 영광복국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
영광복국 대표음식은 단연 복국이다. 시원한 지리와 얼큰한 매운탕, 거기다 복미역국까지 세 가지 국이 대표적이다. 복어는 국물이 우러나는 생선이 아니다. 때문에 육수가 복국 맛을 좌우한다. 다짜고짜 육수 비법을 물었다. ‘이런 재료로 우려냅니다’라는 대답을 기대했지만, 의외의 해답을 들었다. ⓒ
이정희 대표는 “시간이죠. 짧은 시간에 많은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 음식점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것이 조리시간입니다. 복어 따로, 무 따로, 콩나물ㆍ미나리 따로 익혀 뒀다가 손님이 오면 한 뚝배기에 담고 끊여 나가는 식은 안돼죠. 한 번 우려낸 식재료는 그 고유의 맛을 다 잃거든요. 저희는 생복에 생무에 생야채를 그대로 넣고 재료가 함께 익을 때까지 끊여냅니다. 다소 시간이 걸릴 지라도 제대로 된 국물 맛이 나려면 그렇게 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생복어는 매일 아침 자갈치시장에서 공수해 온다고 한다. 재료의 신선함에 요리의 정성까지 더한 비법을 알고 나니 국물 맛이 한층 더 깊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매운탕도 매운 맛이 강하지 않다. 시원한 맛은 그대로 살리고 칼칼한 맛을 조금 더한 느낌이다. 궁합이 잘 맞다는 복어와 미역의 조합으로 이뤄진 복미역국도 별미다. ⓒ
복국에 퐁당 빠져있는 복어보다 복어 특유의 담백한 맛을 더 느낄 수 있는 복어수육도 일품이다. 복어살에 콩나물과 미나리를 듬뿍 싸서 초고추장에 꼭 찍어 한입 가득 입에 넣고 고소함과 담백함을 느낄 때쯤, 문득 궁금해졌다. 복어 독이 얼마나 위험할까. 그래서 20년 넘게 복어를 손질해 온 옥 대표를 붙들고 복어를 낱낱이 파헤쳐 봤다. ⓒ
복어, 산모와 유아도 즐기는 대중음식
옥 대표는 “은복, 밀복, 참복, 까치복을 순서로 독성이 강하죠. 화려한 무늬를 가질수록, 독성이 강할수록 그 맛도 기가 막히죠. 1g의 복어가 갖고 있는 독소는 500명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해요. 하지만 요즘에는 상당수 음식점에서 손질한 복어를 공수해 쓰고 있기 때문에 대중음식점에서 이런 스릴(?)을 전혀 느낄 필요는 없어요. 산모와 유아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음식이죠”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복국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복어는 기름기가 전혀 없는 생선인데다가, 함께 들어가는 재료 역시 콩나물, 미나리, 마늘 등 건강재료이기 때문이다. 한 그릇을 다 비워도 속이 편해 환자식으로도 즐겨 찾는다. ⓒ
영광복국은 복국 가운데서도 밀복국을 으뜸으로 꼽았다. 영광복국 밀복국에는 내장이 들어가는데, 바로 복어에서 유일하게 독이 없는 고니다. 수컷에만 나온다는 귀한 내장이다. ⓒ
메뉴에는 없지만 간혹 단골손님에게 술안주로 서비스하곤 한다는 복어양념구이도 별미다. 복어를 구워 고추장 양념을 얹어 먹는다는 게 다소 낯설지만, 그 맛이 기가 막힌다. 김가루와 참기름을 넣은 비빔그릇에 콩나물과 미나리를 건져 내 초고추장에 비벼 먹는 맛도 색다르다.
옥 대표는 “모든 게 아버님한테 배운 그대로죠. 2대째 내려오는 전통 복국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조금은 번거롭고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아버님 방식으로 꾸준히 장사하려 합니다”라는 각오를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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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양산시 상북면 어곡터널로 207
■ 연락처: 374-2069
■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9시(연중무휴)
■ 가격: 은복국(지리ㆍ매운탕 1만원, 수육 소 2만원, 대 4만원), 밀복국(지리ㆍ매운탕 1만5천원, 수육 소 3만원, 대 6만원), 복미역국(1만원), 복튀김(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