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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특별 기고] “나는 아직도 아픔이 진행형이다”..
오피니언

[특별 기고] “나는 아직도 아픔이 진행형이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06/23 11:12 수정 2015.06.23 11:08
이호형 시민기자 시인,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사)한국교통장애인 경남협회 사무처장



 
 
원인과 결과가 어떻든 장애인이 됐다는 것은 몸도 마음도 아프다는 것을 말한다. 그것도 중증장애인이라는 멍에를 가지고 나면 더 아프다.

내가 그렇다. 아픔이든 고통이든 이겨내야 한다. 재활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들 한다. 백번 맞는 말이다. 말은 참 쉽다. 아프기 시작한 지 9년 동안 하루에 한 움큼의 진통제를 먹어야 견디고 수면제 5알을 먹어야 잠을 잘 수 있는 지금은 그래도 잘 견디고 있으니 말이다. 걸음은 조금 힘들어 보여도 멀쩡한 얼굴에 할 짓 다 하고 말 안 하면 아무도 모르는 기묘한 이야기다.

아픔과 고통(苦痛)을 따로 말할 수 있는 경계가 있다면 좋겠다.
누군가 말했다. 오늘부터 아프기 시작한 이들의 유일한 친구는 어제부터 아파왔던 이들임을. “아프다”가 일상어가 돼버린 지금 아픔의 인플레 속에서 아픔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내몰릴 때 오랫동안 아파왔던 이만이 오늘의 아픔이 알아볼 수 있는 신호로 보낸다고. 모두가 아픈 사람이기에 그 누구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게 되어버린 지금 아픔이 기거할 수 있는 자리를 찾기 위해 아픔의 두꺼운 페이지 앞으로 다가서게 된다.

아픈 이들은 아픔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해도 아픔에 관한 말을 시작할 수 있다. 부끄럽지 않게 아플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다. 말하자면 내밀한 아픔이 다른 아픔을 만나게 된다. 아픈 이는 아픈 이를 잠깐 알아볼 뿐이다.
서로의 앓음을 차마 아는 체할 수 없어 다만 버팀으로 걸음을 길어 올리는 힘으로 고독하고 외로운 아픔의 길목에서 혼비백산하는 광기의 복잡한 길목에서 우리는 스치듯 만난다. 차라리 미약하고 작은 애씀의 맥박이 짧은 시간 속에서 소멸하지 않고 다른 희미한 맥박들과 만나 구분 없이 뒤섞여 이어지는 아픔의 생태, 그 공리(公利)를 묻는 것이라고 바꿔 말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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