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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의료시설 부족으로 자가 격리된 일부 의심자의 무분별한 행동이 세간의 힐난을 받았다. 잠복기간 중에 나흘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 청정지역 제주도를 비상 걸리게 한 40대 남성은 보건소에 의심 신고를 하면서 보건소가 보낸 앰뷸런스를 타지 않고 혼자서 택시를 타고 다른 병원을 찾았다가 격리하려고 하자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다 퍼뜨리고 다니겠다”며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메르스에 고통받고 있는 시민사회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든 ‘대구 공무원 사건’도 있다. 대구 남구청 소속 50대 남성은 모친 허리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갔다 왔지만 이후 보름이 넘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지역사회 곳곳을 평소처럼 다니며 혼란에 빠뜨렸다. 특히 함께 갔던 누나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며칠 동안 바깥 활동을 멈추지 않아 그의 동선에 노출된 많은 사람이 억울한 피해를 입게 됐다. 근무하던 동주민센터가 폐쇄되는가 하면, 그가 들렀던 동네 목욕탕과 경로당도 문을 닫게 됐다. 병원에 들른 지 20일 만에 결국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한 사람의 부주의로 수백명의 시민이 보건소 감시를 받고 격리에 들어가는 처지가 된 것이다.
과거 전염병의 어두운 역사를 돌아보자. 14세기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절반 가까이 죽음에 몰아넣은 천연두가 있다. 아시아에서 옮겨간 페스트가 유럽 인구의 3분의 1가량을 몰살시켜 중세 암흑기를 만들었다면, 16세기 유럽 제국은 신대륙 발견 이후 천연두 등 풍토병을 전파해 그만큼의 인명 피해를 발생시켰다. 면역 능력이 없는 새로운 질병에 노출돼 엄청난 숫자의 인명이 희생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수백 년 동안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은 눈부신 성과를 거두게 된다. 많은 전염병이 종적을 감추고 인간 수명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생로병사의 비밀이 한 꺼풀씩 풀리면서 불로초를 찾아 헤맸던 진시황의 염원이 보통사람도 얻을 수 있는 건강 담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의술의 진전을 이뤄도 인간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위험이 확산하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더구나 이동수단 발달로 전 세계가 하루 생활권이 되다시피 한 지구촌 시대에 새로운 병원균 탄생이나 전파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특정 사회의 질병 전파를 예방하는 것은 치밀한 사전 대비책에 따른 일사불란한 지휘와 시민의식에 입각한 질서있는 협조가 최우선이다.
옛말에 열 사람이 한 도둑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무리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예방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나 하나는 괜찮겠지’하는 방관자 의식은 금물이다. 주요 감염경로에 노출됐다면 지체없이 당국에 알리고 조처에 따라야 한다. 작은 희생으로 큰 재앙을 미리 막는다는 생각이 바로 시민의식이다.
이와 반면에 지나친 불안감은 사회 전반을 위축시킨다. 학부모 반발로 학교를 휴교시켜 놓으니 아이들이 PC방 등으로 몰려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외식과 외출을 꺼리니 소상공인이 죽을 맛이고, 쇼핑심리가 위축되고 외국 관광객이 끊기면서 모두 아우성이다. 이럴 때일수록 십시일반 심정으로 주변을 돌아볼 일이다. 평상시 생활을 되찾아야 한다. 양산시는 메르스 예방 활동이나 개인위생 강화에 주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민 생활의 어려운 곳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소외계층을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데 행정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