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야구는 누가 뭐래도 한국의 양대 스포츠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목청 높여 외쳐 보고, 경기보다 더 재미있는 응원을 즐기기 위해 야구경기장을 찾은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터. 이렇게 격하게 사랑받는 스포츠이다 보니 선수 육성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남다르다.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선수가 탄생한다면 그 지역사회의 기쁨이자 자랑이 되기도 한다. 양산지역에 고교 야구부ㆍ축구부가 탄생한다. 내년부터 ‘양산시’를 연고로 각종 대회에 참가한다는 계획으로 현재 창단 준비가 한창이다.
그동안 프로선수 육성의 마지막 관문인 고등학교에 운동부가 없어, 양산지역 출신 축구ㆍ야구 선수를 기대할 수 없었다. 이제 양산지역도 초ㆍ중ㆍ고교 연계 엘리트 학교체육 기반이 다져지고 있는 셈이다.
범어고등학교가 바쁘다. 지난 5월 14일 축구를 교기로 지정하고 축구부 창단을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 U-16세 청소년대표팀 코치 출신인 김기남 감독을 선임한 후 선수 영입에 몰두하고 있다. 훈련장과 숙소 등 축구부 운영을 위한 기반시설 갖추기에도 여념이 없다.
내년 2월 창단식, 3월 첫 경기
창단선수는 양산중 축구부 선수를 우선 영입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양산에 연고를 둔 우리지역 선수 양성이 가장 큰 목표이기에 양산중 선수를 눈여겨보고 있다.
하지만 문은 활짝 열어뒀다. 경남ㆍ부산ㆍ울산뿐 아니라 전 지역을 망라해 우수한 선수가 있다면 적극 스카웃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곧 있을 무학기 축구대회와 추계연맹전 등을 치르고 나면 9월말께 선수단 윤각이 잡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후 11월 말부터 동계훈련을 시작해 3월 리그부터 데뷔전을 치룰 계획이다. 창단식은 내년 2월께로 예정하고 있다.
김주만 교장은 “인문계 고교에서 축구부 창단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결정임에 틀림없다. 교육공동체가 80% 이상 찬성했지만, 일부 학부모와 동창의 우려와 고민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는 대목”이라며 “하지만 스포츠는 삶의 활력소가 되기 때문에 축구부 운영이 분명 재학생에게도 애교심과 자존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되리라 생각한다. 또 지역사회의 자랑이자 기쁨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의 훈련장 위해 노력
범어고는 슬로우 스타트를 강조했다. 첫 해부터 어떤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기 보다는 차근차근 튼튼한 기초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때문에 선수 역시 예비 신입생 위주로 구성할 계획이다.
김기남 감독은 “경기 참여만큼 선수들에게 좋은 훈련은 없다. 1학년 때부터 경기 출전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할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대부분 선수는 축구인생보다 사회인생이 더 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기간 성과를 내는 훈련이나 교육보다는 ‘인성’을 갖춘 체육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훈련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물금체육공원 축구장 1면을 전용훈련장으로 사용키로 양산시와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전술 설명과 기초체력 단련, 그리고 최소한의 휴식을 취할 부대공간이 없어 아쉬운 상황.
김 교장은 “최상은 아니더라도 최선의 훈련장을 선수들에게 제공해 주고자 한다. 양산시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며, 그 외에도 양산시축구협회, 경남도축구협회 등에 지원과 관심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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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선수 다양한 출전 기회 주고파”
범어고 축구부 김기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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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42, 사진) 감독은 프로선수단 출신이다. 1996년 울산 현대 프로축구단에 입단해 선수로 뛰어 오다, 2004년 울산대 축구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U-16세 청소년대표팀 코치로도 활약했다.
“실패도 중요한 과정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라도 선수생활 내내 승승장구만 하는 경우는 없다. 실패와 좌절, 성공과 쾌감을 두루 경험해 봐야 진정한 선수가 될 수 있다. 때문에 가장 기초는 ‘인성’이 갖춰진 선수가 되는 것이고, 이후 실패와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
김 감독은 축구선수의 황금기를 13~16세로 꼽았다. 기술, 체력 등 모든 기술이 완성되는 시기라고. 그 다음 시기가 바로 고교 시절인데, 이 때 선수로서의 자세와 정신력 등을 갖추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선수인생이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보다 더 많은 기회와 경험을 주기 위해 신입생 위주로 선수단을 운영하고자 한다. 사실 2, 3학년 위주로 출전선수를 꾸리는 현실에서 1학년 선수의 입지는 좁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범어고는 2~3년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1학년 선수를 성장시켜 나가는 전술을 세우고 있다.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눈에 띄는 성과가 없으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 냉정한 프로의 세계다. 고교 시절 선수로서 잠재력과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 만으로도 인생에 다시없을 기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