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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명숙 희망웅상 홍보분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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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음악회는 예정대로 시작했다.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라서 수다방 측에서 급하게 비옷을 사다가 음악회를 찾은 관객에게 나눠줬다. 초여름이긴 하지만 제법 쌀쌀한 날씨였는데 비옷을 입으니 몸과 마음까지 따스해져 왔다.
드디어 시작을 알리는 울산 CBS 방송 김유라 아나운서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경림 시인의 시낭송을 시작으로 가수 김인재 님이 ‘태극기 휘날리며’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가수 김호 님의 ‘장미’는 대중가요라서 쉽게 따라부르며 분위기를 즐겼다. 박재원 님의 ‘야래향’ 색소폰 연주는 비가 내린 초여름 밤을 촉촉한 분위기 속에 젖어들게 했다.
해운대의 할재범(할아버지+임재범)이란 애칭을 가진 김대완 님은 노래도 잘 불렀지만 목소리에 한이 묻어 나오는 듯 했다. 명창 김선옥 님은 ‘민요메들리’로 구수한 우리 민요를 들려주셨다. 네 남자로 이루어진 팀 ‘한마음’은 ‘내가’, ‘한마음’, ‘저 별과 달을’ 등을 부르며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박규만 님은 기타 반주에 맞춰 ‘산사의 아침’을 차분하게 부르며 주위 공기를 음악으로 스며들게 했다. 공병희 님의 아코디언 연주 ‘다뉴브강의 물결’, ‘쇼스타크비치의 왈츠넘버투’는 평소 잘 접하지 않는 왈츠와 대중가요인 ‘광화문연가’를 아름답게 연주했다. 마지막으로 가수 김동환 님이 ‘묻어둔 아픔’ 등 잘 아는 노래를 들려줘 관객들이 따라 부르면서 분위기를 즐겼다.
멋진 무대도 화려한 조명도 없었지만, 관객의 호응과 열기는 따스했다. 관객들은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고 조용히 감상하는 음악이 나오면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음악을 몸과 마음으로 즐겼다. 작지만 알찬 양산문화수다방 음악회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들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문화적인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이다. 이런 곳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모임인 수다방은 소시민이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준다. 그렇게 사람 사는 이야기로 이어온 수다방이 이날 123회째를 맞았다. 그 수다방이 음악을 통해서도 서로 소통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수다방을 이끌어가는 핵심 멤버들이 모여서 기획하고 각자가 맡은 분야를 준비했다. 123회 수다방을 지켜온 이들의 작품인 이 음악회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회가 됐다. 규모는 조촐하지만 내용은 알찬 음악회였다.
양산문화 수다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이런 소박한 음악회를 열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 본다. 그리고 음악회를 준비하느라 애써주신 수다방 관계자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