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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어린이집 원아 폭행 헤프닝이 남긴 교훈
어린이집 사건이라면 무분별 ‘마녀사냥’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5/07/14 08:59 수정 2015.07.15 04:33
폭행 신고 됐지만 질병에 따른 타박상으로 결론

온라인 카페와 SNS로 소문 이미 일파만파 번져





지난주 웅상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어린이집 원아 폭행 논란이 헤프닝으로 끝났다.

지난 4일 5세 여자아이가 보육교사에게 폭행당했다는 학부모 신고가 접수돼, 양산시와 양산경찰서,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혈소판감소증 등 질병으로 인한 타박상으로 결론이 나 3일 만에 수사 종결됐다.

문제는 이미 이 내용이 온라인 카페와 SNS를 통해 웅상지역 학부모들에게 일파만파 퍼져나갔다는 사실이다. 실제 피해아동과 폭행교사 얼굴이라며 사진도 함께 첨부돼 심각한 명예해손 상황이 연출됐다.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라면 진위여부가 판가름나기도 전에 이처럼 마녀사냥을 하는 현실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지난 1월 김치를 뱉어낸다고 손으로 아동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쳐 문제가 된 인천 송도 어린이집 폭행사건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모두가 분개했다. 이 사건에 정치권은 신속하게 반응했고, 오랜 진통 끝에 지난 4월 30일 유아 학대 예방을 위한 CCTV 설치 의무화가 포함된 <영ㆍ유아 보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잇단 사건 충격으로 학부모 편견 극심

하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연일 터져 나왔고, 급기야 지난 4월 양산지역에서도 사건이 접수돼 현재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학부모 불안은 날로 커져가고, 보육교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성실하게 일하는 교사들마저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이 되풀이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일 역시 앞선 사건들에 오버랩 돼 진실과 상관없이 비난여론이 일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CCTV 설치 법제화… “근본 해결 안돼”

이번 어린이집 폭행 의혹으로 CCTV 설치 여부가 학부모 사이에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해당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학부모와 어린이집 주장이 확연히 다른 상황에서, 자칫 사건이 진실공방으로 흐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양산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초 양산지역 내 어린이집 381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모두 78곳이 CCTV를 설치했다. 이 가운데 원아들이 실제 활동하는 교실이 아닌 복도나 어린이집 외관 등에 설치한 곳을 제외하면 수치는 더 낮아진다.

지난 4월 통과한 <영ㆍ유아 보육법> 개정안을 통해 모든 어린이집에 CCTV가 의무화됐다. 새로 문을 여는 어린이집은 오는 9월 19일부터 CCTV를 의무 설치해야 하며, 기존 어린이집은 3개월의 유예기간이 반영돼 12월 18일까지 설치하면 된다. 또한 CCTV 영상 기록은 최소 60일 동안 보관해야 하는 의무도 생겼다.

이같은 강제법에 대해 여전히 논란은 있다. 하지만 CCTV가 아동폭행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중요한 증거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는 거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분명한 것은 CCTV가 근본적 해결수단이라기 보다는 사고 예방, 사후 대응을 위한 보충수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무분별한 열람을 제한해 교권침해나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사 1인 23명까지 돌보는 현실 문제

이처럼 보육계는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지금 현재 보육교사가 처한 환경과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아동폭행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 붙은 것이 ‘교사의 자질’ 문제다. 때문에 최근 보건복지부가 2018년부터 어린이집 보육교사 자격에 대한 국가시험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보육교사 2ㆍ3급 자격증은 학점은행제의 온라인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국가자격증이 주어져 비교적 손쉽게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2018년부터는 자격기준이 전문대졸 이상인 2급 보육교사의 경우 인성과 적성을 중심으로 시험이 치러지고, 고졸 이상인 3급 보육교사는 인ㆍ적성은 물론 지식도 평가하도록 시험문제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보육교사들의 노동 강도다. 만 0세는 교사 1인당 3명, 만 1세는 5명, 만 2세는 7명, 만 3세는 15명, 그리고 만 4~5세의 경우 20명인데, 총 정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3명까지 더 받을 수 있어 보육교사 한 명이 많게는 23명까지 돌본다. 아동 대 교사 비율을 현실적으로 조절해 보육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는 환경개선이 급선무다.

학부모 참여로 어린이집 신뢰회복 필요

무엇보다 어린이집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생길 때마다 분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주문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양산지역만 해도 381곳의 어린이집이 있고, 전국의 어린이집은 수천 곳을 헤아린다. 이들 가운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어린이집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집안에서도 감당이 되지 않는 아이를 어린이집에서는 수십 명씩 맡아 기르고 있다. 교사와 아이 사이라고 하지만 때로 사소한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대안 가운데 하나로 학부모와 어린이집 간 소통 강화 정책이 등장했다. 올해 보건복지부 보육사업안내 지침을 보면 학부모가 참여하는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기존보다 2배 이상 많이 열고, 학부모 운영위 참여인원도 과거보다 절반 이상 늘리도록 했다.

한 학부모는 “보다 많은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운영 규정, 보육 환경 개선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어린이집 문턱이 더욱 낮아지고 우리아이를 함께 보육하는 기관으로서의 신뢰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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