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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현 희망웅상 홍보분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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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20대 초반 젊은 청년은 3시 방향으로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지만, 당황한 나는 시선을 거두고 엉거주춤 그 자리를 피해 커피잔을 들고 거실로 달아났다.
그날 아침 이후로 창 너머 청년의 시선이 레이더망처럼 우리 집을 염탐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나 또한 수시로 슬쩍슬쩍 곁눈질하며 동향을 살폈다.
청년은 아마도 건너편 건물 커피숍에서 일하는 것 같았다. 오후 늦은 시간이 돼서야 청년은 보이질 않았지만 날마다 그 자리에 같은 자세로 지나가는 사람이나 주택이 즐비한 건물 사이로 새로운 눈요깃거리를 찾는 듯했다. ‘아! 나의 일상이 펼쳐진 책처럼 여과 없이 보인다’는 생각에 모든 행동은 부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반짝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은 주방용 커튼을 달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이 쉽고도 간단한 방법을 두고 며칠째 고민을 한 것이 우스웠지만, 한편으로는 저쪽에서 우리 집은 어떻게 보일지가 궁금했다.
다음날 나는 용기를 내어 커피숍을 향해 걸어갔다. 청년이 나를 알아볼세라 선글라스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말이다. 가게와 점점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거칠게 방망이질을 해댔고 어떻게 청년의 시선을 피해 그 위치에서 우리 집 작은 창을 들여다볼 것인가로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리고 드디어 내 발은 동네 커피숍 앞에 멈췄고 덩달아 뛰어대던 심장도 멈췄다. 나는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서서 우리 집을 염탐하던 청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헉! 바로 그 청년은 내가 오래전부터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보조개가 만개한 웃음을 짓고 있는 잘 생긴 청년은 이 땅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대한민국의 잘나가는 배우 현빈이었던 것이다. 현빈은 커피숍 옆 구멍가게 유리창 전면을 차지한 채 한 손에 캔맥주를 들고 오가는 숱한 사람들에게 달달한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아…! 허망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현빈의 포스트에 속아 몇 날 며칠을 고민 아닌 고민 속에 전전긍긍했던 자신을 생각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큭큭 거리며 새어 나오는 웃음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제야 변장을 위해 쓰고 왔던 시커먼 안경과 모자를 벗어들고 집을 향해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나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가게 아주머니의 시선을 뒤로한 채 한낮의 가게 습격 사건은 이렇게 허망하게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이 일화가 나의 허상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걸 알게 됐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허상을 보고 참인 양 믿고 살았는지를 곰곰이 반추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