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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 時] 나무의 집
오피니언

[초대 時] 나무의 집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08/11 10:11 수정 2015.08.11 10:07
이미정 시인




 
↑↑ 이미정
시인
삽량문학회 회원
 
칡넝쿨이
개복숭아 나무를 휘어 감고 있다


라디오에선 외국의 왕실에서
로열베이비가 탄생했다고 뉴스를 전한다
오늘 하루 경축일이 되는 나라
널리 이 소식을 전하고


잡목 치는 일은 묘하게도 유용하다
개복숭아 나무를 살리고자 칡넝쿨을 친다
우성이 정해지자 도끼 자루가 칡넝쿨에 닿았다
뉴스가 끝나자 로열베이비 효과가 이슈가 됐다


땅 속을 파헤치면 칡넝쿨의 뿌리가 박혀있다
줄기가 나무를 휘감아 올라가는 동안에도
뒤엉킨 뿌리의 영역은 땅 속이 되지 못하고
더 깊게 뻗어 나가는 길을 찾지 못했다


칡넝쿨의 뿌리를 뽑아들자
개복숭아 나무가 도끼 자루 쥔 내가 로열베이비가
뿌리의 빈 집에서 길을 잃었다
뻗어나간 것 만큼만 뿌리는 영역을 소유했으므로
뿌리의 빈 집엔 더 이상 바람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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