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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국경 없는 사랑을 실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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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사랑을 실천하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08/18 11:21 수정 2015.08.18 11:17
외국인노동자의집 캄보디아 방문 봉사

의료봉사와 문화체험 등 다양한 활동해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대표 김덕한ㆍ안덕한, 이하 외노집) 사랑의 봉사단은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단체 대표와 자원 활동가, 상근자 등 모두 13명으로 구성된 2015 캄보디아 사랑의 봉사단은 의료봉사와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 두 분야로 나눠 프놈펜 코미소 학교와 프놈펜 인근 오지마을을 돌며 봉사활동을 펼쳤다.

● 우리 친구 찬낙과 소팔을 만나다

활동 첫날인 지난 2일, 우리는 양산에서 일하다가 귀국한 두 명의 캄보디아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오전 10시, 찬낙 씨가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로 왔다. 찬낙 씨는 한국 건설회사에서 통역인,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우리는 그와 함께 도시를 누비며 그가 건설에 관여한 건물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오후에는 소팔 씨도 우리를 만나러 왔다. 소팔 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체류 기간이 남았는데도 더 빨리 귀국했다. 그의 건강을 염려했으나, 다행히 캄보디아에서는 한층 건강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팔 씨는 태국, 일본 등지에 노동자를 보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고용허가제 이전 산업연수제도에서는 민간 송출업체가 많은 문제를 일으켰었다. 내심 소팔 씨의 일이 마음에 걸렸다. 그때 그가 말했다.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태국 회사에서 월급을 못 받거나 문제가 생겨서 태국에 자주 다녀온다고. 계약서를 들고 가 현지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계약대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월급을 받아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노집에서 그동안 많이 배웠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있는 거라고 말했다. 고마움과 감동이 밀려왔다.

● 이동진료팀 3일간의 일정

1년 만에 코미소 학교에 다시 왔다. 여전히 열정적인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눈 후 이동진료 팀은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를 위해 서둘러 길을 떠났다. 거리는 멀지 않지만,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마을로 들어가려면 1~2시간이 걸렸다. 이동시간을 제외하면 진료시간은 4~5시간 남짓. 두 명의 의사와 한 명의 수의대학생, 그리고 코미소 스태프는 덜컹거리는 길을 달려 지붕도 없는 노천에 책상을 펴고 진땀을 뻘뻘 흘리며 하루 150여명의 환자를 보고 돌아왔다.

이동진료 봉사단이 도착하면 젖먹이 어린아이부터 꼬부랑 할머니까지 동네 사람들이 거의 다 나와 진료를 받는다. 우리나라처럼 어린이는 감기나 귓병, 어르신은 관절 계통 질환이 많았다. 간혹 더 정밀한 검사나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있었다. 이들이 준비해간 것으로는 너무 부족했다.

회의가 밀려왔다. 일시적으로 와서 하는 진료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참을 줄 서서 진료를 받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그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마음의 위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한국 문화 느끼며 추억을 쌓다

코미소는 직업학교다. 1년에 2번 신입생을 받고 5개월여간 직업교육 후 학생들을 배출한다. 학생 선발 조건은 딱 두 가지.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 그리고 정규 학교를 못 다니거나 중퇴한 학생. 입학한 학생은 오토바이 수리, 미용과 네일아트, 재봉반 중 적성에 맞는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문화체험팀 프로그램은 그들의 직업훈련에 도움이 될 만한 것, 현지에서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한국 전통 느낌이 드는 것으로 준비했다. 천과 바늘로 브로치와 머리 고무줄 만들기, 천연염색, 모빌 만들기, 종이끈 장식품 만들기 등을 진행했다.

천연 염색 스카프는 캄보디아의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금세 말랐다. 코미소의 장난꾸러기 3인방 찌엔, 홍리, 차이야가 스카프를 이리저리 멋스럽게 둘러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즉석 패션쇼를 하자고 제안했다. 학생들과 봉사팀은 모두 학교 앞마당 차양 밑에 둘러앉았다. 패션쇼를 위한 음악까지 틀고 나니 제법 그럴싸했다. 음악 소리에 맞춰 다양하게 스카프와 가방을 연출한 학생들이 당당하게 걸었다. 관객들은 큰 박수와 웃음으로 그들을 응원했다. 



● 어버사또! 졸업을 축하합니다!


8월 5일, 우리의 마지막 날. 그날은 코미소의 졸업식이었다. 우리가 같이 만든 종이끈 공예품, 종이 모빌, 풍선과 즉석 인화기로 뽑은 학생들 사진으로 졸업식장을 꾸몄다. 졸업식을 위해 단정하게 차려입은 학생들은 쪽물을 들인 스카프와 가방을 하고 브로치를 꽂고 나타나 우리를 감동시켰다.

학생들의 전통춤 공연에서는 기쁨의 웃음이, 그동안 함께 공부했던 친구, 선생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할 때는 슬픔의 눈물이 흘렀다. 우리 봉사단은 즉석에서 졸업식 축하공연 제의를 받았고 10분여 만에 아리랑과 전통민요 메들리를 연습해 2부 행사에서 선보여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졸업 후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기술을 배워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하나둘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을 보며 그들이 소박한 꿈을 이루고 가족과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빌었다.

이미 삶의 곡절을 겪은 학생들, 졸업했다고 앞으로의 삶이 순탄하리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코미소에서의 기억이 그들에게 언제나 작은 삶의 용기로, 기쁘고 빛나던 순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우리 방문이 이들에게 희망이 되길 기도하며 아쉬운 작별을 나눴다.

정해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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