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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선거 여론조사의 맹점..
오피니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선거 여론조사의 맹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09/08 13:58 수정 2015.09.08 01:53



 
↑↑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지난 지방선거 시장 후보 경선
여론조사 관련 의혹 불거져
100% 여론조사 경선의 맹점은
조사기관 부정행위 결탁이나
착신전환 등 왜곡 가능성 높아
강력 규제와 제도 개선 필요하다


지난해 지방선거 새누리당 시장 후보 경선 여론조사 과정에서 나동연 시장 아들이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로 걸려온 전화 여러 통을 대신 받아 응답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JTBC 보도가 나오면서 여론조사 방식과 제도를 악용하는 다양한 사례에 대한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인 JTBC 보도에 따르면, 나 시장 아들이 근무하는 회사에 모두 16통의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왔으며 한 대학 연구소 감정 결과 이 중 11통의 응답 목소리가 동일인일 가능성이 91%라고 한다. JTBC는 또 나 시장 아들이 이 중 일부가 자신이라고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에서는 아직 판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 시장은 이와 관련해 모두 허위라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진실 공방은 향후 경찰 조사가 마무리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근 각 정당에서 후보 공천 작업을 하면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채택하고 있는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양산시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도 새누리당은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경선을 진행했다.

물론 참가하는 후보에게 결과에 승복할 것을 서약받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그러나 4명의 후보 중 두 사람이 여론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불복하면서 선거법 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어렵사리 획득한 여론조사기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TBC 보도 중 관련 전문가와 대담에서 제기된 여론조사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여론조사기관의 자의적인 불법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현행 여론조사 방식의 맹점을 악용한 탈법 행위 가능성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특정 정치인 또는 정치세력과 결탁해 의도적으로 결과를 조작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모두 아는 비밀’이다. 실제로 그동안 많은 선거에서 법적 처벌을 받은 여론조사기관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문구를 끼워 넣는다든지, 응답자로 하여금 특정 후보 지지로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원하지 않는 답변이 나올 경우 지역별, 나이별, 성별 분포를 이유로 누락시키는 방법도 동원된다. 이러한 문제점은 후보에게 조사 결과를 상세히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현 제도가 방패로 작용해 왔다.

전화를 이용한 여론조사 맹점을 악용한 사례는 시간이 갈수록 진화해 왔다. 최근에는 착신전환을 이용한 표몰이 기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정 후보 지지자 모임에서 동조자 집 전화를 특정 번호로 착신전환해 지지 응답을 높이려는 시도는 애교로 봐 줄 수도 있다. 문제는 조직적인 돈 선거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 지적에 의하면, 해당 지역 주민 이름으로 된 착신전환용 전화번호를 상당수 확보해 놓고 후보 진영과 거래를 요구하는 브로커가 등장하는데 여론조사 전화번호를 돈으로 사고팔 수 있다는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후보자가 직접 단기적으로 지역 주민 이름의 여러 전화를 설치해서 특정한 곳으로 착신전환을 시켜 응답 횟수를 늘리는 것이다. 이 경우 응답자가 사는 곳이나 나이를 허위로 답변해 응답 채택률을 높이는 고등 전술도 사용되고 있다.

한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는 후보 경선 절차에서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30명 정도만 착신전환 방식으로 조작하더라도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후보 간 경쟁구도가 치열할 경우겠지만 이런 현상을 묵과한 채 100%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경선 방식은 차제에 탈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도 이런 여론조사 폐해를 인식해, 지난달 착신전환 행위를 처벌하는 법 개정안을 소위원회에서 통과했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론조사 비중을 낮추는 다른 대안을 모색할 때다. 이제 20대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아무리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지만 중차대한 선거에서 정의가 바로 서지 못한다면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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