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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통합지원팀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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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요, 영어학원에서 숙제 안 해왔다고 다섯번이나 엄마에게 전화했대요. 그래서 엄마가 화나서 저보고 ‘너! 수학 끝나고 보자, 각오해!’라고 했어요”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몰라요… 집에 가기 싫어요. 선생님, 두 시간하면 안 될까요? 씨이~ 가출할 거예요”
“(뭐? 두 시간? 가출?) 일단 두 시간은 해도 돼”
“(두 발을 버둥거리며) 히~잉”
“그런데 엄마는 어떤 각오를 하라는 말일까?”
“글쎄요…(조금 후) 그래도 가출할 거예요!”
“그래… 가출한다고?”
“네, 집에 가기 싫어요.”
“갈 데는 있고?”
“……”
“좋아, 제일 먼저 선생님한테로 와도 돼”
“(뜻밖이라는 듯 쳐다보며) 진짜요? 그래도 돼요?”
“그럼, 그래도 되지, 두 번째로 1388에 전화해”
“1388이요? 경찰인가요? 선생님, 경찰이요 도둑을 잡으러 가야 해요? 아이를 찾으러 가야 해요? 도둑 먼저 잡으러 가야 되지요?”
“(아이의 눈을 보며) 당연히 아이를 찾으러 가야지!”
“정말요? 도둑보다 아이가 중요해요?”
“그럼 당연히 아이가 중요하지”
“으응~”
아이는 엄마에게 야단들을 일을 잊었는지 밝게 웃고 있다. 공부는 반도 못했는데 힘차게 “안녕히 계세요!”하고 뛰어갔다. 아이는 그날을 무사히 넘겼다. 엄마가 바빠서 그날 일은 잊었다가 다시 화가 난 엄마가 다음날 ‘나가!’하는 말에 집을 나와 마트를 돌아다녔단다.
“선생님한테 전화하지 그랬어?”
“엄마가 저 찾으러 올 거니까 괜찮았어요”
“그걸 어떻게 알아?”
“생각해 보니까 전에도 그런 적 있었어요. 엄마 저 찾아 쫓아왔었어요”
엄마가 화가 나서 나가라고는 했어도 나를 찾으러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아이가 보배롭다. 이런 마음이 청소년기를 건강하게 보내는 힘이다. 또한 자신이 아빠가 됐을 때 지금을 떠올리며 부모의 모습을 만들어가게 될 씨앗이다. 이렇게 힘을 길러주는 부모와 교사들이 있어서 참 든든하다. 물론 화내지 않고 사랑을 표현하며 아이 스스로 잘못을 깨닫도록 도울 수 있는 실력을 더 키워야 한다.
부모의 사랑과 아이의 믿음이 언제나 잘 만나도록 공부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실천은 실패일 때가 더 많다. 상대를 먼저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사라졌을 때가 특히 그렇다. 그래서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랑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따라서 내가 바라는 모습의 목표를 정하고 될 때까지 반복해서 계속 훈련해야 한다. 더불어 부모의 사랑이 일방적이거나 이기적이지는 않았는지, 방법이 적절했는지 먼저 살피는 것이 아이의 마음과 만나는 것이다.
상담은 부모와 아이가 서로에게 바라는 모습으로 만나도록 통로를 여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가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믿으며 오늘도 상담실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