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시장은 사랑과 온정이 가득한 전통시장이다. 예전부터 양산 오일장을 가볼까 했는데 비가 와 못 가서 어제 가보려 나서면서 블로그 잇님과 댓글로 대화를 나눴다. 잇님이 5일 장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1, 6일장이라고 말했다.
2, 7일이라는 기억이 맞을 것으로 생각하고 버스 타고 친구에게 연락했더니 1, 6 일요일에 왔으면 좋았다고 했다. 그래도 이왕 버스를 탔으니 남부시장을 둘러보고 친구 얼굴도 보자 했더니 마침 시간이 된다고 했다.
오랜만에 빨간 버스 12번을 타고 달려본다. 차창 밖 풍경과 뉘엿뉘엿 서산에 지는 노을이 멋진데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아름다운 장면을 담기 위해 몇 장 찍어보니 내 마음 같이 나오지 않았다. 차창 안쪽으로 자리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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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온정이 가득한 남부시장이 있는 양산으로 이사 온 게 벌써 20년 전이다. 그때는 정말 시장이 협소하고 복잡해 말 그대로 시장이었는데 많이 변해있었다. 그간 간간히 남부시장을 지나치기만 하다가 오랜만에 들르니 정말 놀라웠다.
요즘 어딜 가나 전통시장이 시대에 발맞춰 넓고 안락하게 변해 좋은 면도 있는데 시장이란 명칭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뭔가 마트 같은 분위기였다. 저녁 무렵인데 한산해서 사진 찍기도 민망했다. 그래서 가장 5일장과 가까운 모습으로 몇 장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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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 버스 타고 남부시장에 하차해 도로 건너면 바로 시장 앞이 나온다. 번쩍번쩍한 남부시장을 보며 이렇게 넓었었나 싶기도 했다. 깔끔하게 단장한 시장이지만 왠지 이런 난전에서 파는 걸 사고 싶은 마음에 ‘하나 더 주이소 조끔 깎아줘요’ 하며 이리저리 다녔다. 이때 나는 항상 조금만 달라고 말한다. 식구가 적으니 남아서 버릴 것 같아서다.
깨끗하게 손질된 고구마 줄기, 양파, 대파, 감자, 고추 요즘 건강식품으로 뜨고 있는 뽀얀 박과 쇠비름나물을 샀다. 쇠비름나물은 오랜만에 뿌리째 볼 수 있었다. 역시 시장은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에서 박을 판다면 손질해서 팔 것이다. 박도 볶아먹으면 참 맛있는데 포장마차 구터미널 뒤편 예전엔 한 잔 기울이던 곳을 지나쳤다. 마지막으로 지나칠 수 없는 튀김, 어묵, 전도 먹을 수 있었지만 시장 밖에 있는 죽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