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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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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문화, 질서, 법규 가르치는
안전교육 현장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어른들의 교통 의식
철저한 계도와 강력 규제만이
어린이 교통사고 줄일 수 있다
양산시가 어린이 교통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동면 가산리 수변공원 안에 조성될 교통공원은 어린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자연스럽게 교통문화와 질서, 법규 등을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안전교육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1년 동안 양산에서만 학교 앞 스쿨존에서 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14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는 모두 1만5천192건으로 6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7년 OECD 기준 어린이 14세 이하 인구 1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우리나라가 2.3명으로 헝가리 3.4명, 뉴질랜드 3.0명, 미국 2.8명 등에 이어 여섯 번째로 높다. 이것은 다른 교통 선진국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OECD 26개국 평균은 1.9명이다.
유럽 교통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어릴 때 교통안전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안전교육은 3세부터’라는 구호 아래 지역사회와 부모, 초등학교가 일체가 돼 실제 사례 중심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연방법에 의해 학교에서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초등학교에 교통안전 전문교사를 1명씩 배치해 효율적인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스페인은 1990년대부터 ‘자녀를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합시다’라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전문가 2천여명을 양성해 전국 학교를 순회하며 어린이와 부모를 상대로 교통안전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은 특히 교통법규 위반사례에 대한 처벌 강도가 세기로 유명한데, 인기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한 영화 홍보 포스터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남녀가 헬멧을 쓰지 않았다고 해서 벌금 4천600만원을 부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제재가 강한 이탈리아 3E정책도 눈여겨 볼 만하다.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어른들에 대해 교육(Education)을 강화하고, 시설(Engineering)을 늘리는 한편 강력한 단속(Enforcement)을 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선진국에서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무거운 법적 제재를 가하는 이유는 위반 차량 방치 시 최대 피해자가 어린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이 스스로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것이 곧 자신의 자녀를 위험에서 건져내는 것임을 인식함으로써 이 정책은 반발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음에도 대책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스쿨존 제도가 시행된 지 오래지만, 믿을 만 한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안전지대라고 안심한 어린이들이 법규위반 차량으로부터 위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양산지역에만도 스쿨존 73곳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스쿨존 내에서 교통사고는 무려 17건이나 된다. 스쿨존에서 법규 위반은 과태료와 벌점이 각각 두 배지만 실제 적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단속 장비나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이유다. 어린이들 안전의식이 낮은 현실도 사고 다발을 부채질하고 있다.
유소년기 교통안전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성장기에 몸에 밴 교통안전의식은 죽을 때까지 지속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어른들이 오히려 이를 저해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모 운전자, 지도의무가 있는 교사, 단속 책임을 진 공무원들이 오히려 법규위반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상황에서 어린이들에 대한 안전교육은 무의미하다.
학교 정문 앞 도로에서 어린이 손을 잡고 무단 횡단하는 엄마, 자녀를 태운 채 교통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아빠, 학생들이 차도를 활보해도 지도의 손을 놓고 방관하는 교사들, 관공서 주변 도로에서 불법 유턴을 밥 먹듯 하는 공무원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어린이들에게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질서를 지키라는 요구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수억원 예산을 들여서 안전교육시설을 조성한들 구호와 실천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효과는 미지수다.
선진국 교통안전교육이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어른들의 인식 변화와 동참 의지다. 내 자식의 안전을 위해 다른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자는 것이다. 어린이 교통안전 책임은 순전히 어른들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