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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경원 (사)한국미술협회 이사 동아대학교조형대학원 외래교수 대한민국 황조근정훈장 서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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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제 : 잠자는 집시
1897년작 129.5 x 200.7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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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루소는 프랑스 북서부 도시 라발(Laval)이라는 곳에서 출생해 고향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노동자였던 그의 부친이 일찍 타계하면서 집안의 가장이 됐다.
24살쯤 가족과 함께 파리로 이주해 1870년대 초부터 파리 세관에서 근무했다. 말단 공무원 일을 하며 그림을 독학으로 공부해 그의 나이 50세가 돼 20여년 이상을 근무해왔던 직장을 은퇴하고 전업 화가 길을 걷는다. 오로지 ‘자연’밖에 다른 스승이 없었기에 언론에 주로 소박하며 원시적인 면을 가진 직관주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결국, 그가 남긴 그림은 약 200여점 이었으나 완성 후에도 수차례 수정해 명기된 시기가 정확하지 않은 작품이 제법 많은 편이다. 당시 주위 사람은 그를 우스꽝스러운 기인으로 여겼지만, 루소는 자신을 위대한 화가라고 진지하게 믿고 있었다.
그가 가진 개성적 기법은 원근법이다. 비례의 원칙에 따르지 않고 부분을 덧붙여 탄생한 인물의 가면 같은 모습은 독자적인 미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입체파 이후 콜라주 기법에 영향을 미친다. 그는 잡지 삽화나 엽서 사진집 등 대중적인 매체에서 이미지나 구성을 빌리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매혹과 함께 그가 20세기 후반 팝 아티스트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부분이다.
1897년 낙선 전에 출품한 ‘잠자는 집시’에는 루소 특유 현상이 등장한다. 작가가 ‘아무리 사나운 육식동물이라도 지쳐 잠든 먹이를 덮치는 것을 망설인다’라는 부제를 붙인 이 작품에는 사막 같은 배경에 잠든 흑인 여인과 사자가 등장한다. 지팡이를 쥐고 누운 그이 곁에는 만돌린과 물병이 놓여있다.
전통적 범주 안에 드는 풍경, 초상, 정물 알레고리 등의 주제를 선택해 왔던 루소가 이와 같은 그림을 그린 것은 당시 시대정신과 부합하는 이유가 있다. 늘 그랬듯이 세부를 극사실적으로 묘사했음에도 각각의 모티브 조합은 모순돼 보이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정체를 알 수 없이 신비롭게 보인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사막 한가운데서 지쳐 잠든 집시 얼굴은 오히려 평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