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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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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건너다 점점이 사라지는
말일지라도
침묵 속에 가라앉을 꿈일지라도
자신을 삼켜버릴
푸르고 깊은 수심을 딛고
떠오를 수밖에 없다
떠올라
저 끝을 가늠해볼 수밖에 없다
수면과 간신히 맞닿으며
한 뼘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수평선을 닮아야 한다, 귀는
박현수 시인
1966년 경북 봉화 출생. 199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 <위험한 독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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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물수제비’를 통해 존재의 실존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가에 선 화자는 넓적한 조약돌을 골라 강물 위로 던졌을 것입니다. 그 조약돌이 그의 손에서 떠나는 순간, 그도 조약돌과 함께 물을 건너는 모습이 연상되는군요.
그런데 주목해 볼 것은 물이 가지고 있는 의미입니다. 물은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의 의미를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하나, 이 시에서는 그 두 가지 의미뿐 아니라, 또 다른 의미를 안고 있군요. 그것은 ‘수면’에 집중할 때 보입니다. 즉 수면 ‘위’는 ‘삶’의 공간, 수면 ‘아래’는 ‘죽음’의 공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조약돌이 ‘수면 위’의 삶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면 아래’의 죽음이 받쳐줘야 한다는 것이죠.
마지막 구절의 ‘수평선’은 ‘수면’과 같은 의미를 가지면서 경계라는 제3의 영역을 드러냅니다. 그러니까 수평선은 삶과 죽음의 경계지점이고, 우리 삶은 바로 그 경계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기 위해, 한 뼘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수면을 박차고 나아가는 조약돌처럼, 우리 삶은 수평선을 닮아야 하고, 삶이 써가는 시(詩) 또한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