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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경 이팝시 동인 2012년 <열린시학> 봄호 신인상 등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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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넝쿨 말라있는 줄기처럼 금이 쩍쩍 갔다
오랜 시간은 소리 없는 힘을 가졌나
독거노인 누웠다 일어난 자리에
임시로 누수를 막겠다는 사회복지사
방수액 바르고 벌어진 틈 사이 신문을 붙였다
뒤틀리고 단수된 심정은 허공을 휘젓고
습기 젖은 종이가 다시 갈라지는 시간
사람 온기가 떠난 뒤 장판 밑은 곰팡이 산실이 됐다
떠나야 할까, 말까
거미는 틈과 틈 사이 집을 짓고 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세간들마저 곰팡이가 생길 것처럼
험상궂은 바람은 방안으로 몰려왔다
거미도 그 틈에 집을 짓고 있다
무심코 지나친 시간도 삶의 무게를 싣고
볼 수 없던 힘은 허공에 시간을 불끈 쥐고 있다
시간의 불 켜고 비 피한 나이가 캄캄한 터널도 집이 될 수 있는 틈이다
나의 해묵은 오두막집 터널 속
마음과 마음이 돌아눕던 방은 태양의 절반만 보인다
눈살 찡그린 나의 오두막은
아직 온기가 남아있다
파랗게 곰팡이 낀 삶도
재생의 힘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