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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 詩] 거미의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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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詩] 거미의 전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11/03 09:41 수정 2015.11.03 09:35
김하경 시인




 
↑↑ 김하경
이팝시 동인
2012년 <열린시학> 봄호 신인상 등단
 
임대아파트 바닥에 물이 샌다
담쟁이 넝쿨 말라있는 줄기처럼 금이 쩍쩍 갔다


오랜 시간은 소리 없는 힘을 가졌나


독거노인 누웠다 일어난 자리에
임시로 누수를 막겠다는 사회복지사
방수액 바르고 벌어진 틈 사이 신문을 붙였다


뒤틀리고 단수된 심정은 허공을 휘젓고
습기 젖은 종이가 다시 갈라지는 시간
사람 온기가 떠난 뒤 장판 밑은 곰팡이 산실이 됐다


떠나야 할까, 말까
거미는 틈과 틈 사이 집을 짓고 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세간들마저 곰팡이가 생길 것처럼
험상궂은 바람은 방안으로 몰려왔다


거미도 그 틈에 집을 짓고 있다


무심코 지나친 시간도 삶의 무게를 싣고
볼 수 없던 힘은 허공에 시간을 불끈 쥐고 있다
시간의 불 켜고 비 피한 나이가 캄캄한 터널도 집이 될 수 있는 틈이다


나의 해묵은 오두막집 터널 속
마음과 마음이 돌아눕던 방은 태양의 절반만 보인다
눈살 찡그린 나의 오두막은
아직 온기가 남아있다


파랗게 곰팡이 낀 삶도
재생의 힘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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