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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승 개운중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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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하는 측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하나의 역사를 배워야 하기에 지금처럼 출판사별로 조금씩 다른 내용의 역사 교과서 편찬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 교과서들의 좌편향 문제가 심각(정확한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지만)하기에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국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교육을 정권 정통성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키며, 다양한 역사적 관점을 저해하고, 친일을 정당화하며, 독재를 미화하는 서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그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일 때가 있었다. 경제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국민 주권이 땅에 떨어진 시절이었다. 이때 역사교과서가 바로 국정교과서로 현대사 관련 서술은 상당 부분이 왜곡돼 있거나 서술 내용이 극히 적었으며, 주로 몇몇 영웅이나 위인의 업적으로 역사가 발전한 양 서술되는 교과서였다. 그 당시 학교를 다닌 사람들, 지금은 40~50대들은 그때 배운, 아니 외운 그 역사가 마치 불변하는 진리인양 뇌리에 박은 채 살아왔다.
이때부터 우리들은 역사교육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기르기 보다는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정답인양 외운 것을 마치 역사공부를 잘하는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고, 그런 경향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 일부 학부형이나 심지어 교사들마저도 역사과목을 ‘암기과목’이라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필자는 역사교사로서 우리 아이들이 하나의 역사를 많이 외우고 있는 것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사를 자신의 관점을 재해석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해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전의 앞, 뒷면을 모두 봐야 동전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듯이 어느 한 방향으로만 바라보는 역사는 그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역사교육에서 다양한 관점의 역사 서술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물론 다양한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본다고 해서 그 역사를 사실적 부분을 왜곡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획일성보다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역사를 다양한 관점으로 고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큰 자산을 가지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이러한 능력을 길러주는 것은 단지 역사교사 뿐만 아니라 모든 기성세대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하나의 역사(자칫 왜곡되었을지도 모르는, 아니 매우 왜곡될 가능성이 많은)를 무조건 외우게 하는 교육에 치중한다면 이는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 볼 수 도 있다. 그런데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다시 하겠다고 한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좌편향된 현 교과서를 바로잡는 작업이 아니라 과거 민주주의를 부정했던 세력에 면죄부를 주는 서술을 하겠다는 의도이며, 더 거슬러 친일파들의 행태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독립운동가들 희생을 외면하겠다는 의도이다. 다른 그 어떤 국가도 채택하고 있지 않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두 정치인이 공교롭게도 부친이 모두 뚜렷한 친일행적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과연 우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