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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희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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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처음에서 약간 과장과 허세를 동반한 이야기들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이런 식으로 자기 과시와 자기표현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어른들, 부모님 또는 선생님에게 가지는 불평과 불만들을 쏟아 놓곤 한다.
어떤 경우에는 이것을 중단시켜야 되나 싶을 정도로 격앙된 육두문자를 포함한 자유로운 언어습관을 뽐낼 때도 있다. 실컷 토해내고 나면 조금은 멋쩍어하며 말을 너무 심하게 했다며 수습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반응은 ‘속이 시원하다’이다.
아이들은 자기들을 제약하고 억압하는 어른의 간섭을 정말로 싫어하고 끔찍하게 생각할까? 궁금한 마음이 들어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적어도 처음의 허세와 과장은 줄어들 때 쯤 진짜 궁금하다며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친구는 학교에서 상습흡연으로 벌점이 계속 쌓이고 있는 니코틴(가명) 군이다. 그날도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폭포수처럼 쏟아내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래도 학교에서 자기를 봐줘서 같이 학교 옥상 등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시는 선생님도 있다고 했다.
상담자: “얘, 니코틴아~, 그런 선생님이면 정말 좋은 분이신 것 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니코틴: “완전 또라이죠!!!”
나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라는 답변이 나오리라 기대했다. 너무나도 반대되는 얘기에 약간 당황했다.
니코틴: “학생이랑 맞담배 피우는 게 무슨 어른이에요?”
상담자: “그런데 선생님이 너희들을 제제하거나 야단치면 니들은 짜증내잖아?”
니코틴: “짜증이 나는 건 맞는대요. 그래도 어른이 그러면 안 되죠!”
또 다른 친구는 학교를 가는 날과 안가는 날이 엇비슷해 상담을 받게 된 나결석(가명) 학생이다. 그날도 학교 가라고 닦달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짜증난다며 숨도 안 쉬고 말하다 조금 소강상태일 때 진짜 너무너무 궁금하다며 질문을 던졌다.
상담자: “나결석아, 아이가 학교를 가든 안가든 아예 신경 안 쓰고 모든 선택권을 주는 어머니는 정말 좋은 어머니인거지?”
나결석: “엄마가 그러면 안 되죠!”
예상답변에서 조금 틀어지는 대답이 돌아왔다.
상담자: “왜? 그러면 싸울 일도 없고 좋지 않아?”
나결석: “엄마가 애 학교 가는 건 신경을 써야죠. 그런데 너무 인신공격하고 욕하니 짜증나는 거지 학교가라고 하는 게 싫은건 아니에요!”
위에 두 아이 경우가 전체 청소년들을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두고두고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적어도 그 아이들은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나에게 얘기해 줬다고 믿는다. 아이들은 단순히 자기 말 잘 들어주고 자기가 하자는 대로 다 허락해 주는 어른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됐다.
어떤 경우라도 어른으로서 역할과 그 위치를 지켜야 된다는 것. 물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오갈 수 있지만 적어도 정당한 조언과 제지를 하는 어른을 진짜 어른으로 인정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