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초대 時] 나무의 나이테
오피니언

[초대 時] 나무의 나이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11/10 09:37 수정 2015.11.10 09:31
정경남 시인




 
↑↑ 정경남
시인
삽량문학회 회원
이팝시 동인 회원
 
파릇파릇 새순으로 돋아나는 귀
잎들이 새처럼 지저귄다
무더기로 키 높이는 풀들
저 말의 틈에 끼어들 수 있을까
쉬지 않고 노래하던 말의 성찬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처음부터 말은 잎들의 몫
나무 빈손으로 침묵한다
새들은 들판끝으로 날아가고
그림자 혼자 길게 눕는다
뿌리 깊은 곳까지 어둠 깊어지면
마음 뒤편에 감추고 사는
나무의 말이 천 개의 지문을 새긴다
귀는 듣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
다 버려야 들리는 나무의 귀는
우요*하는 마지막 햇살을 따라
나이테 하나를 받는다
제 몸 깊이 사유하는 침묵이
가장 선명한 나이테로 남는다


*우요(右繞) : 수행승이 부처를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세 번 도는 일.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