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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남 시인 삽량문학회 회원 이팝시 동인 회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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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들이 새처럼 지저귄다
무더기로 키 높이는 풀들
저 말의 틈에 끼어들 수 있을까
쉬지 않고 노래하던 말의 성찬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처음부터 말은 잎들의 몫
나무 빈손으로 침묵한다
새들은 들판끝으로 날아가고
그림자 혼자 길게 눕는다
뿌리 깊은 곳까지 어둠 깊어지면
마음 뒤편에 감추고 사는
나무의 말이 천 개의 지문을 새긴다
귀는 듣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
다 버려야 들리는 나무의 귀는
우요*하는 마지막 햇살을 따라
나이테 하나를 받는다
제 몸 깊이 사유하는 침묵이
가장 선명한 나이테로 남는다
*우요(右繞) : 수행승이 부처를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세 번 도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