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단풍이 절정일 때 단풍 구경을 가지 못했다. 더 늦어지면 이번 가을은 가을 느낌도 못 받고 지나갈 것 같아서 여자친구와 함께 통도사로 향했다. 통도사는 어릴 적 부모님과 통도환타지아에 놀러 가면서 들렀던 기억이 있는데 몇 년 만에 가는 건지 진짜 오랜만에 가는 것 같다.
아무튼 오전 10시 반쯤 도착한 우리. 입장료 1인당 3천원에 주차비 2천원으로 모두 8천원을 내고 입장했다. 통도사 입장료는 현금만 받는데, 우리는 현금이 없어서 다시 되돌아가 주위 농협에서 현금을 뽑아왔다. 사실 주차비까지 하면 입장료가 적은 돈이 아닌데 카드는 안 받고 현금만 받아서 좀 기분 나빠졌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입구를 통과해서 주차장까지 올라가니 사진과 같은 풍경이 딱 나왔다. 단풍은 거의 다 떨어져 낙엽이 됐지만, 그 낙엽이 더욱 운치를 더해주는 것 같다. 통도사와 주차장 사이에는 작은 계곡이 하나 흐르는데, 일정 거리마다 계곡을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낙엽과 다리, 그리고 계곡이 만들어내는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다. 다리 위 가장자리에 꽃을 둬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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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 작은 문을 통해 통도사에 들어가 봤다. 단풍이 많이 없는 게 아쉬워서 절 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조금이나마 단풍이 있는 곳은 다 사진을 찍고 갔다. 그런데 단풍이 다 떨어졌다 해도 이렇게 예쁘고 매력적인데, 한창 단풍이 절정일 때는 또 얼마나 더 아름다웠을 지… 좀 더 일찍 와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가 갔을 때 어린이집에서 견학을 왔는지 꼬꼬마들이 많이 있었는데 줄 서서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님께 하나하나 설명 듣는 모습들이 너무 귀여웠다. 절 안으로 들어가 보니 좋은 글귀들을 멋진 글씨체로 적어 난간에 걸어뒀다. 조용한 절 안에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글귀를 읽으니까 뭔가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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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통도사 대웅전, 주위에 꽃을 많이 심어 놓았다. 통도사는 절간 주위에 꽃을 많이 심어 놨는데, 절과 꽃이 묘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꼭 단풍 때문이 아니더라도 꽃 덕분에 절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절에 오면, 뭔가 그 분위기에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안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절 내부를 둘러보고, 입구에서 통도사까지 걸어오는 길이 예뻤던 것 같아 통도사 입구 밖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길을 걸어갔다. 낙엽이 깔려있는 길, 단풍 감상 중인 여자친구와 지나가는 길에 봤던 용피 바위를 사진으로 남겼다.
용피 바위를 검색해보니 한 스님이 통도사에 있던 용들에게 연못을 떠나 달라 청했지만, 통하지 않자 주문과 경을 읽으며 법력으로 용들에게 맞선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용이 흘린 피가 바위에 새겨졌다고 한다.
통도사가 이렇게 크고, 운치 있는 곳인지 전에는 몰랐다. 진작 와 볼걸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내년에는 단풍이 절정일 때 꼭 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