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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사람은 죽어서 이름 석 자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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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사람은 죽어서 이름 석 자를 남긴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12/01 11:09 수정 2016.07.26 11:09
강진상 평산교회 담임목사

 
↑↑ 강진상
평산교회 담임목사
 
헤르만 헤세 (Herman Hesse)의 ‘동방순례’라는 책은 동방국가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순례자에 관한 이야기다. 이 소설에서 순­­례자 집단은 동방으로 여행을 했다. 주인공 레오는 순례자 서번트(serva nt) 즉, 하인으로 그들을 따라 함께 갔다. 그는 여행에서 순례자의 모든 일을 보살피고 하찮은 일을 도맡아 할 뿐만 아니라 순례자의 지친 영혼을 위로하기도 했다. 레오와 함께하는 동방여행은 순조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 레오가 순례집단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그동안 레오는 한낱 서번트에 불과했기 때문에 순례자들은 그의 존재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레오가 사라진 순간부터 큰 혼란에 휩싸인다. 동방으로 여행은 엉망이 돼버렸으며, 순례자들은 방향을 잃고 헤맸다.

순례자들은 레오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순례자 중 한 사람이 어느 교단 후원을 얻어 자신의 서번트였던 레오를 찾아 나섰다. 그는 몇 년을 헤맨 끝에 레오를 찾아냈다. 그리고 자신의 수색작업을 후원했던 교단으로 인도됐다. 그 교단에서 그는 서번트였던 레오가 실제로 교단 최고 책임자이자 정신적 지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가 떠난 후 그의 가치와 인격, 리더십을 깨닫게 된 것이다.

최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로 ‘조문정국’이 형성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더불어 3김이라 불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리 등에 대해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남녀 1천1명의 답변을 들어봤다. 김 전 대통령은 갤럽의 대통령 직무 긍정률 최고치와 최저치 기록을 모두 갖고 있다. 취임 1년 차 2ㆍ3분기 김 전 대통령 지지율은 83%에 달했지만, 5년 차 4분기에는 6%까지 추락했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 평가는 어떨까? 갤럽 조사에서 김 전 대통령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으로 ‘민주화, 민주주의’를 선택한 국민이 21%로 가장 많았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의 가장 큰 과(過)로 꼽히는 ‘IMF’가 17%, 가장 큰 공(功)으로 인정받는 ‘금융실명제’가 16%로 뒤를 이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공과가 뚜렷하게 갈리는 김 전 대통령 공헌도에 대해서 74%가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공헌했다’고 했다.

이들에게 다시 김 전 대통령이 정치 발전에 공헌했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민주화운동, 독거항거’(37%), ‘금융실명제’(17%), ‘군부독재 청산, 하나회 척결’(10%) 순으로 답했다. 갤럽은 3김에 대한 호감도도 조사했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국민의 51%가 ‘호감이 간다’고 답했다. 지난 3월 첫째 주 조사(3~5일) 때 19%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오른 수치다. 이처럼 큰 변화는 서거 직후 김 전 대통령의 일대기가 재조명되면서 인식이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실감 난다. 누구든지 후에 어떻게든 평가를 받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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