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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詩 한 줄의 노트] 포옹
사회

[詩 한 줄의 노트] 포옹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12/15 14:34 수정 2016.03.24 14:34
김순아 시인

 
↑↑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볼 수 없는 것이 될 때까지 가까이. 나는 검정입니까?


너는 검정에 매우 가깝습니다.



너를 볼 수 없을 때까지 가까이. 파도를 덮는 파도처럼


부서지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우리는 무슨 사이입니까?


영영 볼 수 없는 연인이 될 때까지



교차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침묵을 이루는 두 개의 입술


처럼. 곧 벌어질 시간의 아가리처럼.


김행숙 시인(1970)
서울 출생. 고려대 국어교육과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9년 ‘현대문학’에 ‘뿔’ 외 4편 등단. 시집 <사춘기>와 <이별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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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시입니다. 우리는 대개 타인의 ‘낯선’ 모습을 보게 될 때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과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그 타인은 오랫동안 만나온 사람도 해당이 되겠지요.

그러나 오랫동안 만나온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의 낯선 모습을 볼 수 없을 때 두근거림이나 설렘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느 경우든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놀라운 사실과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사랑에 빠지자마자 그 사람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느낌, 그 치명적인 고독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필사적으로 그 사람을 알려고 노력합니다. 이것이 곧 사랑이겠지요.

당연히 이 순간 우리의 감각은 ‘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모든 감각, 즉 오감을 활성화 시킬 테고요.

이런 의미에서 이 시는 무척 새롭게 다가옵니다. 진정한 사랑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없”도록 꽉 껴안는 것, “영영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상대방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 이것이 이 시의 미일 텐데, 우리는 여전히 상대방을 바라보는 데서만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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