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심규한 천성산의 친구들 | ||
ⓒ |
양산시는 다년간 천성산 해맞이에 공 들이고 스토리텔링을 위해 천성산 곳곳에 안내판을 세웠다. 양산시에서 지역 명산에 대해 관심 있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천성산 가치를 알리기 위한 행사가 오히려 천성산을 망가뜨리는 일임을 모르고 있다. 산과 시청의 거리가 먼 탓일까? 현장 사정을 너무 모른다.
우선 당장 장소가 문제다. 해맞이 행사 장소가 바로 양산시가 스스로 지정한 원효봉 ‘습지복원지역’이다.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충격 그 자체다. 고산습지는 저습지에 비해 생태민감도가 더 높다. 표토 유실, 산림화 등 여러 요인 때문에 복원과 보존에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200대 차량이 들어오고, 라면을 끓이고 소망지를 태우기 위해 불을 피운다. 더구나 밴드와 풍물 한마당까지 할 바에야 ‘습지복원지역’을 왜 만들고 도립공원을 왜 지정했는가?
고산습지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양산시는 1년에 한 번하는 행사인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모르는 소리다. 우선 200대 차량과 수천명의 사람에 의한 답압과 훼손은 아무리 364일을 잘 보존했더라도 한순간에 다 망치는 일이다. 그나마 표토가 부족해 식물 정착이 어려운 과거 연병장과 도로는 더 취약한 지역이기 때문에 오히려 복원을 위해 더욱 출입을 삼가야 한다.
그런데 양산시가 자청해 시민을 초대하고 차량을 허용한다는 것은 복원 의지가 없다는 말 외에 무엇이겠는가? 더구나 주변 억새밭 등 초원지역이 펼쳐진 곳에 불을 피운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주변에 스스로 내건 산불조심 깃발이 나부낀다. 산불조심을 강조하는 시에서 앞장서서 바짝 마르고 바람 심한 초원에서 대규모 사람을 모아놓고 불을 피운다니.
또한 천성산은 고산습지를 둔 덕분에 다양한 동ㆍ식물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정상 부근엔 수십 마리 꿩은 물론 말똥가리, 잿빛개구리매, 수리부엉이, 참매, 담비, 삵 등 각종 보호종과 천연기념물이 살고 있다. 그곳에 앰프를 동원해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고 밴드와 풍물 공연까지 한다고 한다. 이 모든 생물을 내몰겠다는 작정이 아니면 무엇인가? 천성산 가치와 중요성을 모르니 그럴 것이다.
천성산 원효봉 정상은 사실 말이 ‘습지복원지역’이지 많은 등산객은 여전히 중앙 복원지역을 관통해 걷고 있다. 운행금지한 산악자전거들은 말할 것 없다. 평소에 자동차가 원효암 주차장까지 올 수 있는 까닭에 시민은 개도 자유롭게 뛰어다니게 하며 산책하고, 복원지역에 들어가 수시로 채취한다. 야영금지 팻말이 붙어 있지만 여전히 복원지역 곳곳에서 야영한다. 소나무 그늘 같은 곳에서는 아직도 라면 등을 끓여 먹는 등산객들도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시에서 이렇게 큰 판을 정상에서 벌여야만 하는가? 불 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자동차를 통제하고, 조용히 걸어 올라가 천성산과 원효스님의 의미를 개인적으로 또 국가적으로 되새기며 거듭날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가 되도록 양산시가 앞장서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