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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철 양산시립박물관 관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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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유산 보관 넘어
인구 30만 시대 맞은 양산에
양산시민을 하나로 묶는
‘커뮤니티’ 역할 할 것
역사상 양산 인구를 정확히 기록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지금으로부터 약 250년 전인 1750년 발간된 「해동지도」에 나와 있다. 그 기록에 따르면, 당시 가구는 2천468호에 남성 5천82명, 여성 6천419명으로 총 1만1천501명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때는 부산 구포가 양산에 속해 있었고 웅상은 양산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시기였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250년이 지난 후 양산에 30만이 살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참고로 당시 서울 인구가 18만이었다.
근현대 시기를 거치며 1996년 양산시로 승격한 이후 한해가 다르게 발전해온 양산이었지만 유독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었다. 예로부터 역사는 기록과 유물로 남겨진다. 기록은 현대에 들어 다양한 기록매체가 발전하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승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유물은 보존과 관리는 가능하되, 박물관이 없으면 전승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역 역사문화유산를 보관할 장소가 없어 타 시군에 위탁 보관해야만 했던 양산은 뿌리가 없는 허울 좋은 식물에 불과했다. 그래서 박물관이 없는 도시는 문화 불모지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양산 지명 600주년을 맞이한 지난 2013년 4월 양산시립박물관 개관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지역박물관 건립목적은 지역문화 보존센터로서 오랜 시간 진행돼온 역사문화를 보관ㆍ전승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시민 교육 및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30만 인구를 맞이한 지금 시점에서 기존 양산출신자와 이주자와의 공통적 커뮤니티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커뮤니티(Community)는 ‘지역사회’ 또는 ‘공동체’로 해석된다. 여기서 커뮤니티는 지역문화에 기반을 둔 문화로서 지역 구성원들이 형성해 온 문화와 앞으로 형성해 나갈 문화를 말한다. 즉, 지역주민들 간 영속성과 통합성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양산시립박물관을 통해 양산시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 커뮤니티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박물관은 다음 같은 점에서 중요한 구심체가 될 수 있다. 첫째 지역 역사문화를 올바르게 발굴하고 전시해 향토애와 지역문화의 문화적 긍지를 높일 수 있다. 오늘날 각 지역에서는 그 지역만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축제들을 개최해 지역을 알리고 지역민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축제는 한시적으로 열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역할을 항구적으로 박물관이 수행할 수 있다.
둘째 박물관은 그 존재 자체로 지역 정체성 확보의 상징체가 될 수 있다. ‘어느 도시에 갈 때 가장 먼저 박물관을 둘러봐라’라는 말이 있듯이 박물관은 하나의 사회적 인프라이며 건물 자체가 지역 자랑거리가 된다.
셋째 사회교육기관으로 다양한 문화교육활동을 통해 지역 역사를 자연스럽게 시민에게 전달해 줄 수 있다. 특히 근래에 양산으로 유입된 이주민을 위한 지역 역사 바로 알기나 향토 현장답사를 통해 공동 구성체를 형성하는데 매우 유익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넷째 생활문화공간으로 참여 공간이 될 수 있다. 최근 지역박물관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운영이 이뤄지고 지역 문화를 익혀 이를 다른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나눔 공간이 되고 있다. 또한 시립박물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양산역사토크콘서트나 숲속음악회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역사를 쉽게 이야기로 풀어 음악과 함께해 힐링 공간으로 재생산해 낸 사례로 평가된다.
지역문화는 지역을 토대로 생산되고 소비된다. 그 생산자와 소비자는 그 시대 그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역민이 된다. 그런데 활발한 인적, 물적 변화가 일어나는 역동성이 강한 양산 같은 도시의 지역문화는 정체돼 있지 않고 다른 문화의 만남과 상호작용 등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며 역사성을 띠게 된다. 따라서 인구 30만을 맞이하는 지역문화 흐름을 고려해 본다면, 지역문화 커뮤니티를 통해 양산문화 자생력을 높이는 일과 그 중심에 박물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