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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정정당당한 사회..
오피니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정정당당한 사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1/08 10:15 수정 2016.01.08 10:09



 
↑↑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지난해 우리 사회가 혼돈이었다면
올해는 정정당당한 사회를 바란다
국민을 대변해 민생을 보살펴야 할
국회의원이 당리당략에 휘청댄다면
민의의 심판으로 돌려세워야 한다
올해 총선은 정의를 되찾는 시금석

한 해를 마감하는 데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인용하는 것은 나름 운치가 있다. 한 해 동안의 세상 흐름을 압축해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년 그 해를 결산하는 사자성어를 내놓고 있는 교수신문에서 2015년을 상징하는 말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뽑았다고 한다.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으로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으로 풀이되니만큼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렸다. 여기서 혼(昏)과 용(庸)은 모두 국가 지도자의 어리석음을 가리키는 것이니 정부의 무능을 탓하는 것이리라.

무도(無道)는 논어에 나오는 천하무도(天下無道)란 말로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한탄한 것이다. 최근 우리 정치권의 갈등과 불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 곳이 답답한데 국민의 삶을 괘념치 않는 정치의 표리부동함을 보는 것 같아 혼용무도의 속뜻이 진하게 전해온다.

광복 70년이 지났고 제헌국회가 개원한지 또 그만큼의 세월이 흘렀건만 우리네 국회의 후진성과 유아독존적 행보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기만 한다. 근대 민주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실체인 국회는 말 그대로 ‘민의(民意)의 대변장’이 돼야 한다. 고대 도시국가처럼 모든 국민이 직접 국가의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사정으로 그 대리인을 선출해 간접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손으로 뽑힌 국회의원은 당연히 모든 대사의 결정과 입법, 의정활동의 기본에 국민을 두어야 한다. 사익(私益)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제 19대 국회의 사정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을 국회로 보낸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역대급으로 저조한 법안 처리 실적은 12월의 마지막 날 밤 대거 의사봉을 두드리면서 통과시킨 졸속 처리로 숫자만 채웠을 뿐 정작 민생과 경제 활성화, 사회 안전망에 대한 시급한 법안에 대해서는 현안 미합의라는 당리당략에 발목 잡혀 해를 넘기고 말았다.

그 뿐이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정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시한도 넘기고 말았다. 12월에만도 열 번 가까이 여야 대표들이 만나 협의했다지만 겉으로 노력하는 척 과시했을 뿐이다. 그들 눈에는 지역구라는 밥그릇만 존재할 따름이었다. 국회의장이 고육지책으로 직권상정이라는 강수를 예고했지만 법적 근거나 처리 가능성에 있어서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국회의 선거구 획정 지연 사태만 두고 보더라도 그들의 이기심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법적으로 새해 1월 1일부터 모든 국회의원 선거구는 무효가 됐다.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제한적이나마 선거운동을 시작한 예비후보들이 계속 활동할 법적 근거가 없다. 명함과 현수막 모두 불법이다.

다행히 선거관리위원회가 한시적으로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단속을 유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법을 무시한 임시방편이라 그 또한 명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역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의정활동 홍보에 걸리는 게 없으니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의 형국이다. 경쟁자의 발목을 묶어놓고 혼자 달리는 경주가 공정하지 못함을 지적하는 여론에 애써 외면하는 그들이 딱하기만 하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조정 결정은 이미 2014년 10월에 있었다. 지역구 인구 편차를 3대1에서 2대1로 줄이라는 것인데 조정할 수 있는 기간을 1년 이상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당은 당내 반발을 두려워 해 차일피일 미루다가 종내는 기한을 지키지 못해 선거구 무효라는 부끄러운 형편을 자초한 것이다.

양산은 헌재의 결정에 따르자면 지역구가 분구되어 1개 늘어나게 된다. 이미 웅상지역을 중심으로 한 분구가 예상돼 무주공산의 새 선거구를 두고 각축전이 한창이다. 여기다 안철수 신당의 출현으로 총선 구도가 자못 복잡해지고 있다. 웅상 시가지에 걸린 대형 현수막도 여러 개다. 이런 판국에 선관위가 유보한 1월 8일이 지나도록 선거구 획정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총선 판도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페어 플레이를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가 스포츠와 정치라는 말이 있다.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이 서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칠 문제는 아니다 하더라도 정치에 대한 신뢰, 국민 기본권의 영역에서 절대 무시되어서는 안될 일이라 생각한다. 새해에 바라는 사자성어는 어린아이도 능히 알 수 있는 정정당당(正正堂堂)으로 세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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