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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향기로운 삶] 새로운 희망을 맞이하며..
오피니언

[향기로운 삶] 새로운 희망을 맞이하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1/19 17:05 수정 2016.04.21 17:05

 
↑↑ 통도사 진각 스님
 
새해를 맞아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표구점에 들러보면 교훈이 될 만한 글귀를 액자로 제작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중에 제일 많이 눈에 띄는 휘호는 단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이 휘호는 글자 그대로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라는 말로 누구든지 쉽게 공감하는 내용이다.

가훈하면 최영(崔瑩) 장군의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신사임당(申師任堂)의 ‘신의ㆍ지조ㆍ청백ㆍ성실ㆍ우애’, 김유신(金庾信)의 ‘충효’ 등 많은 집안들의 금과옥조(金科玉條) 같은 가훈들이 있지만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가훈이라면 경주 최부자집 가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부자가 3대 가기 힘들다’­라는 옛말을 무색하게 만든 경주시 교동 최부자 가문은 조선 중기 1600년대부터 12대 300년 동안 만석꾼을 유지하면서 진사를 배출한 저명한 집안으로, 이 집안에 전해져 내려오는 가훈은 ‘육훈(六訓)’이 있다.

육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양반으로서 신분은 유지하되 당쟁에 휘말려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②재산은 1만석 이상 지니지 마라.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③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덕을 쌓고 인심을 얻으라는 말이며, 실제 소작 1천석은 손님 접대에 쓰였다고 한다.

거기에 ④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마라. 이웃의 불행을 재산을 불리는 기회로 삼지마라는 교훈이며 오히려 이웃이 어려울 때 재산을 풀어서 그들을 구제하는 데 앞장섰다고 한다. ⑤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자신을 낮추고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⑥사방 100리 안에 굵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이웃과 더불어 나누면서 살라는 가르침이다. 

이 집안에서는 손자가 태어나면 어른들이 이러한 여섯 가지 가훈을 어린아이 때부터 직접 붓글씨로 몸에 익히게 해 가르침을 전하게 했다 한다. 300년 이상 부와 명성으로 사회적 의무를 다한 이 집안은 1950년대에 전 재산을 영남대 전신인 ‘대구대학’에 기증하고 아름답게 회향을 했다고 하니 참으로 보기 드문 명문 집안이라고 칭송할만 하다.

명심보감 ‘계선편’에 이르기를 “돈을 모아서 자손에게 물려준다고 해도 그 자손이 돈을 지킨다고 볼 수 없으며, 책을 모아서 자손에게 남겨 준다고 해도 그 자손이 다 읽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남이 모르는 가운데 덕을 쌓아서 남겨 주는 것만 같이 못하다”고 했다.

사람이 사람다워지기 위해서는 이웃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먼저 이뤄져야한다. 지하철 등에서 노약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작은 선행부터 시작해 길거리에서 공중도덕을 지키는 행위 등 착한 마음만 먹으면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좋은 일들을 실천해 나갈 수 있다.

기쁜 마음으로 하나하나 선행을 쌓아 나가다 보면 안개 속에 옷이 젖듯이 향을 쌌던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듯이 그렇게 삶이 익어가면 어느덧 인품의 향기가 세상을 진동하고 남음이 있다고 본다. 아직도 식지 아니한 2016년 새해를 맞이해 인생의 가치를 드날리고 인간으로서 도덕적 의무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가훈을 세워 보는 계획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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