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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향기로운 삶] 봄의 문턱에서..
오피니언

[향기로운 삶] 봄의 문턱에서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2/02 17:05 수정 2016.04.21 17:05
진각 스님 통도사 기획국장

 
↑↑ 진각 스님
통도사 기획국장
 
동지섣달 긴긴밤이 지나가고 봄이 찾아왔다. 통도사 영각(影閣) 앞에는 홍매화가 수줍은 듯 새색시 마냥 붉은 얼굴을 내밀면서 진한 향기를 멀리까지 퍼뜨리며 제일 먼저 봄소식을 알린다. 옛 스님의 선시(禪詩)에 “번뇌에서 벗어나는 일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니/마음 고삐를 잡고서 한바탕 공부를 지을지어다/매서운 추위가 뼛 속 깊이 사무치지 아니하였다면/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 향기를 얻을 수 있으리오”라고 했다.


매화나무는 한 겨우내 강추위와 눈보라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냈기 때문에 그 향기가 진하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고상하기까지도 하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지나온 여정을 돌이켜 보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일수록 기억에 오래도록 남으면서 자꾸만 되돌아보게 하고 또한 좋은 경험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 세상에 살면서 누구나가 각자 나름대로 일생의 목표를 세우고 한해 계획을 짜기도 하며 여러 가지 꿈을 안고서 살아간다. 목표를 이뤄냈을 때에는 마치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것 마냥 뛸 듯이 기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을 때에는 좌절과 절망의 늪에서 뛰쳐나올 줄을 모른다. 만약에 목표가 설정됐다면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오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설령 모든 열정을 바쳐서 일이 이뤄지지 못했다 하더라도 후회함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길도 보여 지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일생동안 유복한 가정에 건강하게 태어나고 머리도 총명해 명문학교를 나오고 멋진 신랑 각시를 만나서 똑똑한 아들 딸 놓고 행복하게 살다가 훌륭한 며느리를 들이고 손자 손녀들의 재롱까지 즐겁게 보고 지내다가 따뜻한 봄날 자는 듯이 저 세상으로 가셨다면, 누가 보아도 복 많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부러워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삶은 수없이 태어나고 죽고 하는 반복되는 윤회과정에서 볼 때 정신적인 성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삶이 아무 고통이나 어려움 없이 진행되다보니 자신만만하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옛 성현의 말씀에도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고 하셨다. 고금 역사에 등장했던 수많은 위인들을 보면 모두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서야 바야흐로 큰일을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서 마음을 다잡고 고통과 시련에 맞서서 한바탕 힘껏 겨루어 보자. 힘들게 얻은 성과는 그 가치도 빛날 뿐만 아니라 기쁨도 매화향기처럼 진하게 다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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