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화요칼럼] 2016년 악당으로 생존하기..
오피니언

[화요칼럼] 2016년 악당으로 생존하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6/02/02 10:19 수정 2016.02.02 10:12
최동훈 BNK 부산은행 양산영업부 차장




 
↑↑ 최동훈 BNK 부산은행 양산영업부 차장
 
최근 뉴스에서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라는 부의 계층화를 공공연히 다루고 있다. 물론 수저로 출신 환경을 빗대는 표현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mouth, 부유한 가정 출신이다)는 영어 숙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태어날 때부터 삶이 확정돼있다는 식의 자조 섞인 패배감이 지금처럼 팽배한 적이 있었을까?


인터넷에서 금수저를 검색해보면 ‘금수저 부모를 잘 만나야 하는 이유’에서부터 ‘흙수저 빙고’에 이르기까지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끊임없이 나열된다. 이 시대의 계층 고착화에 따른 고난과 좌절 그리고 계층 이동에 대한 의지마저 없는 그 무기력감을 ‘흙수저’라는 단어 단 한 번의 검색으로 알 수 있다.


최근 10년간 상하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더욱 커지면서 결국 ‘수저 계층론’이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 수많았던 ‘복지 포퓰리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작 늘어난 세금과 사회보장비용이 적재적소에 쓰이지 못했던 점이 그 원인이 아닐까?


과연 이 고착화된 계층을 우리는 어떻게 상승 이동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더 하락하지 않으면 다행일까? 정권이 바뀌면 과연 현재 상황에서 개선될 수 있을까? 다음 선거까지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사실 이제 더는 도저히 나 아닌 누군가를 기대하거나 신뢰할 수 없다. 나는 나대로 살아남아야만 하는 시대다.


얼마 전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의 촌스럽던 시절,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 초반까지는 사실 2000년대 이후 그 어떤 시기보다 고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였다. 그 당시엔 어디에 투자해도 최소 두 배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심지어 주식의 경우 한 때 5배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지금 상황은 쓸 수 있는 경기 부양책을 다 내놓아도 저성장 추세를 반전시키기 어려운 저금리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린 시대다. 1990년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이 아직 제로금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러면 2008년 이후 전개돼온 저성장과 저금리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2015년 모 TV 프로그램에서 ‘악당의 명언’이라는 책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다. 책 내용은 다소 자극적이고 가벼워 보이지만 무엇 하나 호락한 것이 없는 ‘생존’이 화두인 지금, 금방 읽히고 금방 잊힐 수 있었던 그 글들을 다시금 꺼내어 보게 된다.
그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악당은 소위 잘나가는, 성공한 사람들이다. 흥부에겐 놀부가, 삼성에겐 스티브 잡스가, 살리에리에겐 모차르트가 악당인 것처럼 나보다 잘나고, 위에 있는 사람은 모두 악당인 셈이다.


그 악당들은 처음부터 악당이었을까? 수많은 소설, 영화, 만화, 드라마에서 조차 악당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구를 지배하거나, ‘no’라는 단어는 아예 한 번도 배우지 못한 충성스러운 부하를 두거나, 버튼 하나로 전 세계 컴퓨터를 마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극악무도한 그 악당들은 사실 늘 멀리 내다보고 미래를 바꾸려 한다. 즉, 거시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악당은 절대 좌절하지 않고 아주 작은 성공에서 시작해 한 단계 한 단계 착실히 발전해 나가면서 매우 매력적인 악당이 된다. 간혹 성격이 급한 악당이 나오긴 하지만 그 악당들은 중간 즈음에 주인공에게 쉽게 당하고 만다. 최고의 악당, 끝판왕은 주로 최후의 순간까지 사력을 다하는 훌륭한 끈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악당에게서는 결코 두려움이나 주저함을 볼 수가 없다. 목적의식이 뚜렷해 그 눈빛조차 반짝거린다. 때론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는 악당들도 있다.


내가 어디서 태어났건 내가 태어난 곳, 그 흙의 영양분을 발판 삼아 미래의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꾸준히 나의 길을 가면서 당당하게 도전하는 삶이야말로 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킬 방법이며 겸손한 척 멋진 척 착한 척의 아니꼬운 주인공을 때려눕힐 방법이 아닐까? ‘악당의 명언’ 중 일부 발췌해 글을 마친다.


“태어나는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죽는 것은 내 의지로 할 수 있다. 늘 어떤 사람으로 죽을지를 준비하라”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