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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철 양산시립박물관 관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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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박물관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첫째, 박물관 설립목적이나 운영에 대한 기본계획이 설립돼 있지 않았다. 둘째, 박물관 운영에 있어 전문인력 활용이 미비하거나 없었고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지 않고 시설공단 등에 위탁해 간접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박물관 건립에 국고를 지원한 정부 책임도 있지만 건립만을 우선시하고 운영에 대한 계획이 없었던 지자체에 더 큰 문제점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실은 양산시립박물관 역시 건립 단계부터 심지어 개관을 앞두고 이와 같은 우려가 있었다. “전시할 유물이나 아이템은 있느냐”, 혹은 “전시행정의 표본이 될 것이다”라는 비아냥까지 있었다. 그러나 경남 18개 시군 건립 박물관 가운데 유일하게 전문직 관장이 임명됐고, 시에서 직영하는 사업소로 출발하면서 개관 이전 우려를 말끔히 청산했다. 여기에 경남 지자체 설립박물관 가운데 유일하게 박물관 최고 등급인 제1종 종합박물관에 이름을 올렸다.
양산시립박물관은 개관에 있어 3가지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첫 째가 전시 부분이다. 양산은 경남에서 가장 많은 지정문화재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그 위상이나 가치를 한 곳에 소개하거나 선보인 적이 없었다. 이에 박물관은 개관전시로 ‘양산의 보물’전을 준비해 50여점이 넘는 지정문화재를 전시했다. 또한 그해 가을 양산 지명 600주년을 기념해 1920년 일제에 의해 불법으로 발굴돼 반출됐던 양산 부부총 특별전시를 열어 양산시립박물관은 일약 전국적 박물관으로 발돋움했다. 이로써 박물관은 양산의 자랑이 됐다.
둘째가 박물관 교육과 문화행사 분야다. 최근 박물관 경향은 옛것을 전시하는 것에서 벗어나 박물관의 새로운 패러다임, 즉 복합문화공간으로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박물관에서는 양산의 역사문화를 아우르는 박물관대학을 개설해 시민에게 인문학 강의의 진수를 선보였다. 이 밖에 어린이들이 지역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지역 문화재를 그려보는 ‘우리 문화재 빚고 그리기 대회’를 개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전에 없던 수준 높은 평생교육기관으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펼쳐지는 살아있는 역사 이야기와 음악을 조합시킨 ‘양산역사 토크콘서트’는 어려운 역사와 신명나는 음악이 어우러진 한마당 축제가 되고 있다.
세 번째가 지역 문화재 확보와 활용이다. 이는 지역박물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대부분 지자체 박물관이 외면 받는 것은 문화재 확보에 실패해 전시품 질이 떨어지고 복제품 전시로 관람객 외면을 받는 가운데 관람객 급감과 폐관 수순을 밟는다는 점에서 곱씹어 볼 만하다. 양산시립박물관은 시설과 인력을 갖춘 1종 종합박물관으로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 보관청’으로 지정받았다. 이는 지역 문화재를 지역에서 보관할 수 있다는 것으로 개관 이후 지금까지 총 6천여점에 달하는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약 650점에 달하는 개인소장 문화재 기증이 줄을 이어 개관 이전에 유물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연초부터 지역출토 문화재에 대한 인수가 예정돼 있어 시립박물관은 ‘양산학(梁山學)’의 중심지로 양산의 역사문화를 보존하는 전당이 될 예정이다.
지자체 건립 공립박물관 존재 이유는 지역 역사적 정체성을 확보하고 열린 문화공간으로 역할을 다하는 일이다. 또한 각종 사회교육과 문화행사를 기획해 보는 박물관에서 즐기는 박물관이 돼 시민이 함께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박물관개론서를 보면, 박물관을 구성하는 3대 구성요소로 3물(物)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곧 건물(建物), 유물(遺物), 인물(人物)을 말한다. 건물은 유물을 담아두기 위한 그릇이며 그 공간과 유물을 활용하고 즐기는 것은 사람이다. 따라서 이 같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의 적극적 참여와 동참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