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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명주 원불교 교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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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후, 며칠 되지 않아 삼성병원에서 수술받은 교도가 있어 문병을 갔다. 가는 도중 ‘강남구청’이란 표지판을 본 순간, 10대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설렜다. 익숙한 거리, 지명, 빌딩, 공기…. 마치 영사기를 뒤로 돌린 것처럼 되살아났다. 우리 DNA 속에 50억년 정보가 들어있다더니! 믿어졌다. 이 사실을 확장해 이해하면 50억년뿐 아니라 전생의 모든 정보가 다 들어있을 것이다. 이 생존 정보 중 가장 핵심 정보 중 하나가 ‘공존’이다.
미래학자들도 21세기 패러다임의 하나로 ‘공존’을 꼽는다. 이 단어는 미국 문화평론가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이미 사용했다. 제3의 물결은 정보 혁명을 통한 새로운 문명이다. 이는역사상 처음 인간성 넘치는 문명을 만들어내는 파도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물결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공존’이다. 풀어 말하면, 모두 다 행복한 물결이다.
우리 DNA 속에는 ‘공존’이 있다. 이 실험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계속 검증되고 있다. 텍사스 주 오스틴에 있는 오스틴 고등학술연구소장 할 푸소프와 그의 동료들은 “‘입자’란 단지 큰 에너지 망과 작은 에너지 매듭 사이 공간의 ‘연결의 추구’일 뿐”이라고 밝혔다. 당신과 당신 주위 모든 것은 서로 관계 맺고 있는 에너지 덩어리 집합일 뿐이다. 이는 양자물리학에서 ‘얽힘’(entanglement)이라 불린다.
과학적 증명으로 보나 성현들의 안목에서 보나 생명이란 근본적인 관계성, 각양각색의 영향력과 존재, 공동의 협력, 공존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물질’도 원래는 없다. ‘우리’와 ‘그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끊임없이 바뀌는 ‘우리’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세상을 함께 창조한다. 우주의 가장 기본적 부품은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관계가 끊어지면 생명도 사라진다.
생명(삶)이란 고립된 물체가 아니라 유대관계 속, 물체들 사이의 공간, 입자들과 그 배후의 장 사이에서 마음 혹은 관계 교류의 존재방식이다. 우리 자신이 만들어진 방식이 바로 ‘공존’이다. ‘나’와 ‘너’는 전적으로 우리와 우주의 상호작용을 통해 빚어진 창조물이다. 그것도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로서 말이다.
새롭게 다가오는 서울, 그리고 변화를 몰고 오는 환경 속에서 생각한다. 새로운 정신ㆍ생명문명 세계를 창조해가야 할 때 새로운 삶의 방식은 새로운 마인드를 원하고 있다. 내가 무한한 생명의 존재였다는 사실을 인식함하고 모두가 내 생명임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나(인간)를 포함해 이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상생ㆍ순환의 생명적 관계 회복이 절실한 때 나 혹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모두가 행복한 일상을 존재 방식으로 택할 때 우리 삶의 이야기는 행복해지고, 너그러워지고, 평화로워질 것이다. 또한 우리가 직면한 많은 생명 위기들을 성공적으로 풀어내고 관계 맺는 모두를 평화롭게 변화시킬 것이다. 이런 생각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설렌다.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내 욕심을 채우는 돈, 성공 이러한 것이 아니다.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것’으로 답을 얻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생명의 경이와 기쁨, 무한한 충만감으로 가득 채워지는 자신을 만난다. 그런 나날들, 순간들을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