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껍질을 까고 나온 나무 눈이 늙은 햇살 잔소리에 초록 귀를 내민다. 마른 이끼이고 겨울 터널을 지나올 때 진통보다 더 힘든 적막한 그리움에 애태우던 질긴 마음 나이테 되어 스스로 낙원이었던 기억을 빼곡하게 담아 켜켜이 튼 아픈 살을 밤낮으로 벗겼다 언젠가 꽃이 될 그날을 떠올리며 뿌옇게 늘어진 한나절 꿈 모두 적어 가슴에 품고 충혈된 해를 따라 왔던 길을 향해 연초록으로 분주한 몸 바람으로 일어설 때 꽃 비 흥건한 굽은 토담 위로 낯익은 적목련 삼월을 불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