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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양 양산YMCA 사무총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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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온 집안에 싸늘한 분위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역에서 제법 잘 나가는 공대에 다니는 첫째 조카가 비장한 얼굴로 휴학과 함께 9급 공무원 고시에 매진하겠다는 선언을 한지 1년이 지난 현재 상황을 물어 보면서 나에게 겨울왕국 엘사공주의 얼리기 마법이 존재하고 있다고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두 명의 조카들은 안방에 나란히 밥상을 펴고 앉아서 까치설날 늦은 밤까지 나를 포함한 식구들을 향해 공무원 시험대비 한국사문제집을 푸는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를 감행함으로써, 청년의 팍팍한 삶을 몸으로 시위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거실에서는 교과서만 공부했을 뿐인데 어렵지 않게 대학을 들어가고, 대학에서 나누어 준 입사원서 몇 장 채웠을 뿐인데 졸업과 동시에 쉽게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던, 시대적 은총을 받은 80년대 학번 부모세대들이 청년세대들에 대한 미안함과 일찍 태어나길 잘했다는 안도감을 안주삼아 청년실업 현실을 분노하며 술로 그 분노를 달래며 대치하는 2016년 흔한 집안 풍경이 연출됐다.
그러나 그저 술안주로, 청년세대 분노와 기성세대 미안함을 달래기에는 너무 많이 온 것 같다.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저당 잡힌 청춘과 취업 문턱 앞에 좌절하는 청년의 눈물을 감상적으로, 저급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조삼모사(朝三暮四)로 꼬시지 말아야 한다. 2014년 대학YMCA전국연맹은 6.4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청년들 의견을 수렴한 청년정책제안서를 보내고 청년정책을 공약으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2014년 청년들은 등록금 걱정 없이 학업에 정진할 수 있는 사회, 대기업이 아니라도 지역에서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살 곳 걱정 없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 청년들이 스펙 쌓기가 아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사회를 원했다.
청년 전세 임대주택을 확대하고, 청년 보증금 분납제를 실시하고, 지역별 청년 창업지원 및 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청년과 지역일자리 연계사업을 진행하고 청년을 위한 지역공간을 만들고, 지방 청년문화를 개발하고, 청년을 위한 지자체 내 청년부서 설립 필요성을 주장한 청년들의 응답하라 2014는 아직 응답받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퍼져나가고 쌓이고, 일상에서 매일 부딪히는 청년의 눈물을 이제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을 지경까지 와 버렸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서, 매일 마주치는 청년회원까지 결국 우리 문제가 돼 버린 것이다.
부산에서 일하는 선배가 양산YMCA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와서 나에게 양산 지하철 인근이 청년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기 딱 좋겠다고 한마디 한다. 부산 사상 경전철 아래에 컨테이너 28개 박스로 만들어진 인디스테이션이 청년들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인디문화 중심지로 핫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하면서….
양산에서 청년들의 문화가, 청년들의 삶이 양산이란 공간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가 들리게 하고, 그 목소리를 바탕그림으로 청년들이 색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 선거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마음으로 듣고 청년과 함께 크레파스 그림책을 칠하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투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