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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희 편집국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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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어리석은 행동이 혼돈의 시작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 실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기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새삼스레 누구나 알고 있는 속담을 꺼내든 것은 우리 사회 가장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2016년 올해는 다시 선거의 해다. 하지만 4월 13일 예정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채 정치권이 선거구 획정을 둘러싸고 벌인 우여곡절을 돌이켜 보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혼란은 비단 정치권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선거를 앞둔 국민 역시 위헌 결정이 내려진 선거구를 59일이나 방치한 채 게임의 룰조차 정하지 못했던 정치권에 대해 더 깊은 불신을 말하고 있다. 특히 양산의 경우 결국 국회의원 선거구가 2개로 나뉘었지만 유권자도 후보자도 서로를 모른 채 갈팡질팡해야 했다.
다시 속담 이야기로 돌아가자.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은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이야기다.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생기고, 원인과 다른 결과는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선거를 앞두고 원인과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오늘날 정치를 둘러싼 극단적인 사회 현상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원인과 결과가 뒤죽박죽인 채 정상이 비정상으로,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하는 일이 오늘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선거 때마다 단골손님처럼 언론에 등장하는 기사가 바로 투표율과 관련된 보도다. 이미 눈치 챘을 지도 모르겠지만 투표율과 관련한 보도 대부분은 투표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정치 불신, 정치 혐오와 같은 말이 꼬리처럼 따라붙기 마련이다.
선거를 앞두고 룰조차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던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신에 가득 차 있다. 선거 때를 제외하고 기득권을 버리지 못한 채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권 모습은 차라리 혐오라는 말이 어울릴 지경이다. 정치 불신, 정치 혐오란 말은 ‘정치’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현실과 동떨어진 다른 세계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기게 만들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정치’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못 볼 것이라도 본 양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동전 양면처럼 정치 불신 너머에는 ‘정치 과잉’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정치 과잉이란 모든 일상을 정치가 좌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마치 미신처럼 남아 있는 맹목적인 추종을 말한다. 특정지역과 특정정파에 대한 맹신, 특정신념과 특정계층에 대한 맹신. 원래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는 합리적 의사결정과정을 말하지만 정치 과잉은 갈등을 조장한다.
정치가 본래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정치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뿌리내리게 된다. 정치 불신과 정치 과잉은 정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다. 콩을 심어 놓고 팥을 기다리는 일과 같다. 오늘날 우리 정치가 외면받거나 과잉 충성 대상이 된 것은 원인과 다른 결과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정치 불신에 빠진 이들은 선거가 다가오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며 후보자에 대해 알기를 외면한다. 정치 과잉에 젖은 이들은 “무조건”을 외치며 후보자에 대해 알기를 눈 감아 버린다. 결국 투표에 참여했던 참여하지 않았던 간에 제대로 검증을 거치지 않은 후보자가 당선돼 우리 사회 지도자로 행색을 하게 되는 셈이다. 유권자의 올바른 검증을 거치지 않은 지도자는 결국 다시 정치 불신과 정치 과잉을 불러온다.
이쯤 되면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헷갈리게 된다. 원인과 결과가 뒤죽박죽 섞여버린 혼란의 시기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때 이를 바로 잡는 것은 바로 기본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은 원인과 결과에 대한 기본을 일깨우는 말이다.
사람들은 문제 원인을 바깥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남 탓’이라는 표현은 문제 원인을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는 행동이다. 정치 불신과 정치 과잉이 공존하는 오늘, 우리는 어떤 남 탓을 하고 있을까? 국민을 위해서라고 외치지만 국민에게서 나오는 목소리를 무시하는 정치권을 향한 남 탓, 일그러진 창으로 세상을 보여주는 언론에 대한 남 탓, 정치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며 고고한 학처럼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남 탓….
이런 모든 ‘남 탓’이 모여 우리 정치 상황을 만들고 있다. 신기하게도 오늘 우리 정치를 정상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모두가 입을 모아 정치가 문제라고 한다. 현상에 대한 평가는 비슷한데 현상을 만들어낸 원인에 대한 진단이 제각각이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기회가 또 다시 찾아왔기 때문이다. 누구나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정치가 올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남 탓’이 아닌 ‘내 탓’에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콩을 심어 놓고 팥을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